"빛은 새로운 물감… 없던 색깔 만들어 내지요"

    입력 : 2018.03.27 03:03

    한국계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김, 佛 랑방 패션쇼와 협업해 극찬

    외신 "21세기의 마크 로스코"
    디지털 기술로 동양의 명상 표현

    "크리스타 김은 디지털 시대의 마크 로스코."(미국 포브스지) "예술가의 드레스 코드로 승화된 현대판 모스 부호."(미국 패션지 WWD)

    최근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협업한 한국계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김.
    최근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협업한 한국계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김. LED 조명과 디지털 색상을 특수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켈 크래머
    지난달 말 열린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크리스타 김에게 쏟아진 찬사다. 디지털 아티스트인 크리스타가 패션쇼에서 주목받은 것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랑방의 패션쇼가 크리스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크리스타는 LED 스크린에 마치 물감을 명도와 채도가 점점 짙어지게 칠한 것 같은 추상 작품을 내놓은 작가다.

    이 패션쇼에서 랑방은 실크와 가죽, PVC 소재 위에 마치 물감이 자연스레 번진 듯한 디자인으로 관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랑방 디자이너 올리비에 라피두스는 "디지털 예술계의 혁신을 일으키는 크리스타 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선구적 아티스트와 협업하길 좋아했던 디자이너 잔 랑방이 살아있었다 해도 아마 크리스타를 주저 없이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가 미술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건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주류 예술계에서 아직 낯선 크리스타 김의 등장은 해외 매체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포브스지는 2회에 걸쳐 크리스타를 소개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프랑스 르 피가로도 그녀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외신들은 특히 현대미술의 색면 추상을 대표하는 마크 로스코(1903~1970)와 크리스타를 비교하며 '디지털계의 마크 로스코'라는 수식을 빼놓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로 화폭을 채운 크리스타 김의 작품(왼쪽)과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랑방의 2018 가을·겨울 패션쇼 의상.
    디지털 기술로 화폭을 채운 크리스타 김의 작품(왼쪽)과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랑방의 2018 가을·겨울 패션쇼 의상. /미켈 크래머·랑방
    순수미술을 공부하다가 디지털 아티스트가 된 크리스타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뉴욕과 파리에서 열린 내 전시회를 랑방 디자이너 라피두스가 보고 연락해와 함께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과 AI로 모든 것이 구현되는 시대에 디지털 도구로 인간적 느낌이 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예술가와 기술자,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협업하며 '디지털 파괴에 의한 혁신(digital disruption)'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컴퓨터의 미학적 신세계를 연 스티브 잡스나 디지털과 인지과학을 접목시키는 일론 머스크야말로 '현대의 다빈치'"라며 "디지털 시대를 채워넣을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는 것이 예술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로스코는 물론,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 로버트 어윈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빛은 새로운 물감(Light is the new ink)'을 내세우며 LED 스크린 작업에 뛰어들었다. 플렉시글라스(투명 합성수지)에 원하는 밝기와 색채를 만드는 데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렸다. 기존에 없던 색상을 만들기 위해 6명의 엔지니어가 함께 작업했다. 그녀의 작품은 최고 1억1400만원(8만5000유로)가량에 팔렸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오랫동안 캐나다에서 태권도를 가르치신 아버지에게서 집중력과 인내심, 평정심 등을 배우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동양적인 명상이 강조하는 인간성 회복이 디지털 시대를 새롭게 이끌어갈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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