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구호에 등 돌리는 2030

입력 2018.03.26 03:04

주말 민노총 시위 후 대학 게시판에
"알바 잘리는데 최저임금 인상이냐, 노조 자녀 입사 특혜부터 없애라"

지난 24일 오후 한 대학 게시판에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관련 기사 링크가 올라왔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진이 첨부됐다. 여기에 비판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대기업 노조 자녀들 입사 특혜부터 없애라' '아르바이트도 잘리는 판국에 무슨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냐'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노동생산성은 얼마나 올랐느냐' 같은 내용이었다.

민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에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요구했다. 2030세대를 겨냥한 구호들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시선은 싸늘하다. "민노총의 주장과 행동에 모순이 있다"며 비판한다. 이날 시위 현장에선 민노총 조합원들과 언쟁을 하는 20·30대의 모습이 적잖게 보였다. 한 시민은 "민노총은 재벌 해체 구호를 외치며 부의 세습을 비판하는데, 자기들은 노사 협약으로 조합원 자녀에게 입사 때 가산점을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이라고 밝힌 박모(29)씨는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특혜를 누리려는 이중성에 화가 난다"며 "취업 준비를 해보니 왜 민노총이 '귀족 노조'라 비판받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민노총이 더는 서민 경제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고려대 재학생은 학내 게시판에 "최저임금 상승 폭보다 '청년 물가(분식 등 20대가 주로 먹는 음식값)' 상승 폭이 더 크다"고 했다.

시위 현장 주변에 있던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종로3가의 한 분식집 주인은 "대기업 노조원들의 연봉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된다. 그들이 하루하루 인건비 주기도 힘든 우리 사정을 알겠느냐"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에게 '비정규직 철폐' 같은 노동계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것"이라며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이들은 정규직 세습 등 특혜를 누리는 민노총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