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 2025' 정조준...시진핑 '혁신 대국' 행보에 태클 건 美

입력 2018.03.23 17:38 | 수정 2018.03.25 09:18


미국 관세폭탄⋅투자제한 타깃 항공 정보기술 기계 등 중국 육성 전략산업 집중
USTR 301조 보고서 “中,신에너지차 바이오 등 7대 첨단업종 對美 투자 급증 우려”
‘중국제조 2025’ 등 中 산업정책 불공정 집중 거론 VS 中 “중국제조 2025, 외자도 동등대우”
백악관 “트럼프, 미국 혁신 옹호”...트럼프, “美 번영 도둑질 끝나고 평평한 경기장 만들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을 물리는 조치에 나서라고 지시한 후 중국 정부가 연간 3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성명을 내놓은 23일 서로 표적으로 삼은 품목을 비교한 그래픽이 중국 SNS에 나돌았다. 중국은 주로 미국산 농축산물을, 미국은 중국산 첨단제품을 겨냥해 대조를 보였다.

중국 상무부는 128개 품목을 모두 공개했고, 미국은 백악관 보도자료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보고서를 통해 타깃이 될 주요 업종을 제시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지역의 주요 수출품인 농축산물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혁신대국 건설을 외치며 육성하는 항공 정보기술(IT) 산업용 로봇 신에너지자동차 등.전략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백악관이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 예고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혁신을 옹호한다”고 전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번영에 대한 도둑질은 끝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산업을 방어하고 미국 노동자를 위한 평평한 경기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트럼프 행보의 숨은 의도를 짐작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앞에는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는 수식어가 붙었다.

미국의 관세폭탄과 투자제한 조치의 근거가 된 중국의 지식재산권 위협에 대한 USTR의 301조 조사 보고서에서도 2015년 시행에 들어간 ‘중국 제조 2025’ 등 산업정책의 불공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이 제조업에서도 혁신 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만든 정책이다.

이날 공개된 USTR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기술 이전과 지재권 정책은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산업계획에 제시된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제 리더십를 확보하겠다는 의도의 일부라고 적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작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2035년까지 혁신형 국가의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혁신형 국가 조기 건설을 위해 과학기술 강국, 품질강국, 항공우주 강국, 인터넷 강국, 교통강국, 디지털 강국, 지능사회 건설에 강략한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STR 보고서는 기술이전과 지재권 관련 중국 정부의 행위와 정책 그리고 관행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해치고, 미국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시진핑의 혁신 대국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제조 2025’ 정조준한 미국의 속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간 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것을 예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USTR 보고서는 지난해 3월 주중국 유럽엽합(EU) 상회보고서가 낸 “중국 제조 2025: 시장의 힘에 앞선 산업정책”보고서를 인용하며 최근 수년간 중국으로부터 ‘중국 제조 2025’ 관련 산업에 속한 외국기업에 대한 전례없는 투자 물결이 형성됐다며 문제는 이런 투자들 상당수가 외국기업은 중국에서 동등하게 투자할 수 없는 분야에 있다고 불공정 문제르 지적했다.

EU상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조 2025의 불공정 사례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으로부터 단기간 내 생산과 판매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중국 제휴사에 배터리 기술을 이전토록 압박을 받는 것을 꼽았다.

USTR는 ‘중국 제조 2025’의 국산화율 목표 제시도 문제로 지적했다 2025년까지 신에너지자동차 시장의 80%를 토종이 점유하도록 목표를 정한 것이나 중국산 에너지 장비가 2020년까지 내수시장의 90%를 차지도록 목표를 설정한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중국의 사이버 침략과 사이버 절도는 이같은 산업정책 목표와 동조하고 있다는 게 USTR의 진단이다. 미국 기업의 컴퓨터망에 대한 침범이 과학기술 선진화, 군사 현대화, 경제 개발 등 중국의 전략적인 발전목표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 2025’의 불공정 문제는 제기된 지 오래된 이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작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향유하는 데 있어 내자기업과 외자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건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서다.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시행되는 각종 지원조치를 외국기업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로 첨단 제조업 육성책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외국기업들의 우려는 잦아들지 않았고, 중국은 오히려 중국 제조 2025 정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 총리는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 제조 2025 국가급 시범구 창설을 약속했다.

또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제출해 전인대에서 통과된 올해 중국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계획 보고에는 ‘중국 제조 2025’ 산업발전기금을 만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미국 문제 삼고 있는 또 하나의 ‘중국 제조 2025’ 지원 펀드가 생기는 것이다.

USTR 보고서에서 중국당국이 ‘중국 제조 2025’ 로드맵에 적시된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기금 3개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200억위안의 초기자금으로 결성된 선진제조산업투자펀드, 400억위안으로 시작한 국가전략 신흥산업투자가이드펀드,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공업신식화부가 손잡고 만든 3000억위안 규모의 ‘중국 제조 2025’ 전략 협력 펀드가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최첨단 분야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망에 대응하기 위한 것”(뉴욕타임스)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미국의 속내와 맥이 닿는다.

◇미국이 의혹을 제기한 중국의 對美 투자 급증 7대 업종



USTR는 중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과거엔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그린필드 투자 위주였지만 2005년 이후 기술 흡수를 위한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바뀌면서 규모도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2000년만 해도 그린필드 투자가 중국의 대미 투자의 99.6%를 차지했지만 2010~2016년엔 7.6%로 위축됐다.

USTR는 특히 미국에 투자가 급증한 분야로 7개 업종을 지목했다. 자동차 항공 전자 정보기술 에너지 바이오 산업기계(로봇 등)등이 그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60일이내 다른 부처 등과 협력해 마련할 중국의 투자에 대한 제한 조치에 들어갈 분야로 유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USTR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14년 이전 최대 연간 투자액이 2010년의 4억 7400만달러였다. 2009~2013년 연평균 투자액이 2억 1400만달러에 그쳤지만 2014년 7억 7100만달러, 2015년 9억 1500만달러, 2016년 10억달러로 급증했다.

항공도 2010년 이전엔 중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전무했지만 2010년 500만달러, 2011년 4억 100만달러로 늘었고, 2012년 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6600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전자에서도 2009~2014년 중국의 연평균 미국 투자는 4900만달러였지만 2015년에 전년의 6배 수준인 3억 4900만달러, 2016년엔 전년의 12배로 증가한 42억달러에 달했다.

정보기술 분야 중국의 미국 투자는 2009~2013년 연평균 3억 1200만달러에 달했지만 2014년 59억달러로 정점을 찍고 2015년 13억달러로 줄어든 뒤 2016년 33억달러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

USTR는 기술 따라잡기와 기술개발의 도약을 위해 중국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통해 핵심기술을 인수하는 것은 놀랄 일도 거부할 일도 아니지만 문제는 정부가 일부 지지하고 인도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USTR는 중국이 정부 자금과 매우 불투명한 투자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첨단기술 인수에 나서고 있다며 공정 경쟁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정부 주도 경제시스템이 유럽과 미국에 있는 시장경제의 개방성을 착취하고 있다는 게 USTR의 주장이다.

중국의 USTR는 중국의 아펙스테크놀로지가 한때 자사를 특허 침해로 제소한 미국의 컴퓨터 프린터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정부 지원 펀드의 도움을 받은 것을 사례로 들고 중국의 반도체 펀드와 국유 투자회사 등 각종 정부지원 기금들을 적시했다. 적시된 곳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추진중인 칭화유니그룹도 들어갔다.

◇협상 여지 남겨놓은 트럼프의 협상술



미국은 1974년 통상법 301조의 특별판을 근거로 매년 미국 지재권에 대한 해외에서의 침해행위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 보고서를 내놓은 조사는 301조 조치를 염두해두고 특정국만을 상대로한 첫번째 지재권 조사로 작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개시됐다.

중국의 기술이전과 지재권 및 혁신과 관련한 중국의 행위, 정책, 관행 등이 합리적인지, 정당한지,차별적인 지 그리고 미국 기업에 부담을 지우거나 제한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다.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미국이 관세폭탄과 투자제한을 예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일부에서는 연 3750억 달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지금 504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총무역적자 800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이미 통제를 벗어났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이번 조치를 통해서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 달러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조치는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고 거듭 강조해, 앞으로 대중 무역 관련 조치가 잇따를 것을 예고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미국의 기술과 지재권을 강요하고 심지어 훔치려는 중국의 국가차원의 노력에 대해 중국과 수년간 대화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불공정한 시장 왜곡행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전례없는 불공정한 교역 관행들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에 심각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반중(反中) 동맹 결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중국의 기술이전 관련 불공정 관행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반중 동맹을 염두해둔 포석이다.

하지만 USTR이 밝힌 향후 일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대상 초안 리스트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미 1300여개 관세폭탄 대상 품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USTR는 수일내 이를 공표한 후 3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대상이 확정되는 4월까지 협상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 카드와 함께 대만여행법 서명과 고위관료 대만 파견 등의 대만카드, 5월 안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등의 북핵 카드를 모두 함께 협상 테이블에 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모든 칩을 다 올려놓고 협상이 시작될 수 있도록 상대를 수세로 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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