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왜 양구 PC방은 강남만큼 비싼가?… 불붙은 위수지역 폐지 논쟁

    입력 : 2018.03.24 03:02

    軍 적폐청산위 '위수지역 폐지 권고' 에 주민 반발… 과연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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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그래도 '양구'보다는 나으리."

    학정(虐政)을 피해 강원도로 숨어든 사람들이 불렀다고 전해지는 타령 구절. 강원도 전방 군 복무한 사람들 사이에선 어느 지역 부대가 가장 힘들었는지 입씨름할 때 자주 쓰인다. 지난달 21일 국방부가 군 적폐청산위원회 권고안에 따라 위수 지역(군인 외출·외박 구역)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강원도 최전방 부대를 경험한 현역·예비역 장병들은 쌍수 들고 환호했다. 반대로 주민들은 "왜 우리가 적폐 청산 대상이냐"며 분노했고 국방부의 사과와 폐지안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20일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행 직행 버스를 탔다. 양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직행 버스는 1시간 40여 분. 가평·춘천을 거치는 버스는 2시간 10여 분 걸린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버스에서 내리자 곳곳에 군복 얼룩무늬부터 보였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군인들, 터미널 건물 좌우로는 군인용품을 파는 가게가 10여곳이 늘어서 있었고 군인 우대를 써 붙인 식당, 미용실도 눈에 띄었다. 평일 낮이라 외출·외박을 나온 장병은 거의 없었지만 휴가 복귀 전 시간을 보내는 장병이 종종 보였다.

    양구군에 상주하는 부대는 육군 21사단 백두산부대와 2사단 노도부대. 이들의 위수 지역은 터미널이 있는 양구 읍내다. 위수 지역을 벗어나 춘천이나 다른 지역을 다녀오는 '점프(jump)'는 헌병에 적발되면 '무단이탈'로 징계받는다. 이 때문에 외출·외박 나오는 군인들 대부분 번화가인 읍내 중앙길을 찾는다. 중앙길은 생각보다 번듯했다. 카페, 패스트푸드점, 아이스크림 가게 등 프랜차이즈 업체와 코인노래방, 오락실, PC방, 당구장 같은 오락 시설도 많았다. 양구군은 "프랜차이즈 업체는 입점할 때 1개 사단을 대학교 1개로 보고 들어오는 것"이라며 "지역 경제에 군(軍) 기여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위수 지역 폐지 논란을 의식했는지 "임기 5년 대통령, 임기 4년 국회의원보다 장병 여러분 2년 임기가 더욱 고귀합니다"라고 응원 문구를 붙여놓은 식당도 있었다.

    정찰 가격을 받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다른 지역과 가격 차이가 없었다. 삼겹살 200g에 4900원을 받는 프랜차이즈 고깃집도 있었다. 코인노래방은 500원에 1곡, 1000원 지폐는 3곡. 서울과 비슷했다. 장병 불만이 많다는 PC방 요금은 최근 가격을 내렸다지만 시간당 평일 1500원, 주말 1800원으로 서울 강남 지역 PC방 수준이었다. 숙박 요금은 객실 등급에 따라 평일 4만~6만원, 주말 6만~8만원 수준. 이날 전역했다는 김모(23)씨는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와서 식당 바가지는 많이 나아진 편"이라면서도 "숙박이나 PC방 가격은 서울 강남 수준인데 시설은 떨어지고, 특히 부모님이 면회 오셨을 때 이용했던 펜션들은 여전히 바가지가 심하다"고 말했다. 주민들 애로 사항도 있다. 이날 오후 4시쯤 터미널 근처 PC방은 손님이 세 명뿐이었다. 나머지 80여 대는 빈자리였다. 이덕래 양구군 숙박협회장은 "양구 지역 대부분 상점은 주말 낀 3일 장사를 위해서 평일에는 손해를 감수하는 곳이 많다"며 "위수 지역이 풀리면 탄광 지역이 쇠퇴한 것처럼 접경지역 경제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착오 규정 vs 안보와 지역 생존권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와 접경지역 지역구 국회의원 모임인 '접경지역 국회의원 협의회'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인 외출·외박 구역 제한 폐지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지난 12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만나 폐지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방부는"폐지가 아니라 폐지 검토"라고 해명하고 "지역 주민과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조영기 강원도의원(양구군)은 "국방부가 연말까지 개선안을 내겠다고 하니 일단 다행이지만 위수 지역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38선 이북 접경지역에서 군(軍) 사격장 소음을 참아가며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왜 적폐로 몰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달 초 위수 지역 폐지에 반대하며 주민들이 걸었던 플래카드 30여 개는 일단 철거했다. 주민 반발은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반대쪽 반발은 더 커졌다. 자녀를 군대에 보낸 가족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군화모(군인 아들 부모님 카페)'나 '고무신 카페(곰신모임)'에는 "위수 지역 반드시 원안대로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불씨는 여전하다.

    접경지역 주민의 생존권 주장에 대해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위수 지역 폐지안은 처음부터 경제 문제가 아니었고 이제는 꼭 개선돼야 하는 인권 문제"라고 말한다. 군 적폐청산위원회 고상만 위원은 "위원회가 적폐로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한 지점은 장병의 거주·이동을 제한하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낡은 제도"라며 "위수 지역 폐지를 지역 경제를 빌미로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광진 전 국회의원도 "각종 규제나 군 시설 운영으로 지역 주민이 입은 피해는 장병 대상 상업 행위가 아니라 군 공항 소음 피해 보상처럼 절차에 따라 행정에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위수 지역 제한 풀면 비상시 안보 공백 초래한다는 지적도 어불성설"이라며 "각 부대는 대응 태세를 유지하면서 제한 인원만 내보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위수 지역 문제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고치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 때 서울~평창 1시간 30분 거리라고 홍보했는데, 교통 여건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복귀하지 못해 생기는 군사 공백은 없다는 게 위원회 판단"이라고 말했다.

    상생하려면 바가지보다 반말부터 고쳐야

    고 위원은 "접경지역 주민들은 국방부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장병 마음을 돌리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며 "추위 때문에 난방을 더 해 달라는 장병 멱살을 잡는 모텔 주인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말했다. 강원 인제군에서 군 복무 중인 이모(21) 병장도 "군복을 입고 택시를 타면 대뜸 '어디?'라고 반말로 묻는다"며 "바가지로 돈을 더 내는 것보다 군인을 하대(下待)하는 지역 주민 태도가 더 불만"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에서 전역한 권모(30)씨는 "서비스 차이가 없다면 누가 금(金) 같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낭비하면서 먼 곳으로 가겠느냐"며 "비슷한 수준만 되면 알아서 가까운 지역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수 지역 폐지에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과 규제 완화가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개발 제한이나 사격장 소음 등 문제 해결 없이 위수 지역을 해제하면 접경지역은 부담만 떠안고 경제는 쇠퇴하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군사시설보호구역 6605㎢ 중 절반 넘는 지역이 강원도(51%)다. 접경지역 5개 군(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의 재정 자립도는 14.2%로 전국 평균(53.7%)에 비해 매우 낮다. 2000년 제정된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이 있지만 국토기본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하위법으로 제한받는다.

    김일규 양구군 위생연합회장은 "지역 주민 모두 전화위복의 계기로 친절한 서비스와 적정 요금제로 자정(自淨)하겠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바가지요금 근절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고 '존댓말' 서비스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조영기 도의원도 "양구군은 1996년부터 군(軍)과 협력해 가족 대신 지역 주민이 결손 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장병 외출·외박을 시켜주는 사업도 1000명 넘게 진행했다"며 "지역사회도 군 장병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양구군 지역 주민들이 모인 비공개 간담회에서 3군단장 김승겸 중장이 상생의 길을 제시했다. "군(軍)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지역 주민께 감사합니다. 장병을 아들처럼 생각해주는 동시에 '고객'이라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군인들이 이곳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처럼 지역 주민분들도 군인을 보살펴 주셔야 합니다."

    ☞ 위수 지역
    위수 지역은 부대가 맡은 작전 지역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육군 ‘외박·외출 허용 지역’으로 쓰인다. 법률에 따라 장성급 지휘관이 국가 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부대원의 휴가·외박·외출 이동 지역을 제한할 수 있다. 지휘관 재량이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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