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동물 가죽 대신 파인애플 가죽 어때요? '비건 패션' 뜬다

    입력 : 2018.03.23 06:00


    오렌지 껍질, 와인 찌꺼기로 만든 ‘대안 원단’ 주목
    스텔라 매카트니, 페라가모 등 명품도 친환경 신소재 적용


    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든 클러치/피냐텍스 제공

    패션 잡지 보그 호주판은 3월호 표지 모델로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을 세웠다. 그가 입은 검은 드레스는 영국의 비건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디자인한 것이다. 비건 패션이란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는 패션으로, 채식주의자가 증가하고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엠마 왓슨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지해 왔다. 2016년 멧 갈라에서는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 영화 ‘미녀와 야수’를 홍보할 때는 지속가능성 컨설팅 그룹인 에코-에이지(Eco-age)의 승인을 받은 의상을 입고 홍보 투어에 나섰다. 공식 석상에서 입은 비건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계정(@The_press_tour)도 운영하는데, 팔로워가 51만 명이 넘는다.

    엠마 왓슨의 행보가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비건 패션(Vegan Fash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죽과 모피, 실크 등 럭셔리 패션 소재를 대표하던 동물성 섬유가 배제되면서 인조 가죽, 인조 모피 등 대안 원단도 주목받는다. 품질이 떨어질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동물 소재 못지않은 품질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 쓰레기 매립지에서 광고 찍는 명품, ‘비건 패션’ 관심 커져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는 2017년 겨울,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찍은 광고를 선보였다. 명품과 쓰레기라는 이질적인 만남은 호기심을 넘어 환경오염에 대한 패션계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동물 대신 인조 가죽으로 어글리 스니커즈를 만들고, 아디다스와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단으로 수영복을 만든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촬영한 스텔라 매카트니 2017 겨울 광고/스텔라 매카트니 제공

    지난해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Item : Fashion Modern(패션은 현대적인가)’ 전시에서 인공 거미줄로 만든 마이크로실크 드레스를 출품해 화제를 모았다. 마이크로실크는 미국의 생명 공학 회사 볼트 트레이즈가 개발한 섬유로, 거미의 DNA를 복제 변형한 누룩을 사용해 실크사를 뽑아낸다. 기존의 누에고치로 만든 실크처럼 가늘고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페라가모는 2017년 봄/여름 ‘Responsible Passion(책임감 있는 열정)’을 주제로 ‘오렌지 파이버 컬렉션’을 발표했다. 오렌지 껍질 등의 부산물에서 셀룰로스를 추출해 만든 오렌지 파이버는 가볍고 부드러워 실크를 대체할 소재로 주목받는다. 이탈리아의 패션 학도 아드리아나 산타노치토와 엔리코 아레나가 시칠리아에서 매년 7억 톤 가량의 오렌지 부산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듣고 개발했다.

    ◇ 파인애플, 사과, 포도 껍질로 만드는 가죽

    대안 원단 시장에서 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인조 가죽이다. 가죽은 호사스러움과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패션 소재로 오랫동안 선호됐지만, 최근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와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환경 오염 등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실제로 패션 어젠다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 가죽은 합성 섬유로 만든 폴리우레탄 가죽보다 두 배 이상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비건 패션을 입은 엠마 왓슨/엠마 왓슨 인스타그램

    영국 런던의 아나나스 아남은 파인애플 부산물을 이용해 개발한 피냐텍스(Pinatex)를 선보였다. 피냐(pina)는 스페인어로 파인애플을 뜻한다. 파인애플 잎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고무 성분을 제거한 뒤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섬유질을 모아 펠트처럼 찍어내고 무두질을 하면 동물 가죽과 비슷하게 단단해지는데, 기존 가죽보다 가볍고 부드럽고 통기성이 뛰어나다.

    1㎡의 피냐텍스를 생산하는 데 약 480개의 잎이 필요하다. 이는 파인애플 16개를 까면 나오는 양이다. 신발 브랜드 캠퍼, 패션 브랜드 이던, 마라빌라스, 스포츠웨어 푸마 등이 사용했으며, 전기자동차 테슬라도 시트 가죽으로 사용할 만큼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와인 가죽(포도 찌꺼기로 만든 가죽)으로 만든 드레스들/비제아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의 비제아(Vegea)는 와인을 만들고 버려지는 포도 껍질과 줄기, 씨로 가죽을 만든다. 포도 찌꺼기를 눌러 붙이고, 섬유질과 기름을 뽑아내 가공하면 와인 가죽이 완성된다. 이 가죽은 지난해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주최한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환경에 도움이 되는 신소재 개발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매년 260억 리터에 달하는 와인이 생산되고, 포도 찌꺼기도 70억kg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연간 약 30억㎡의 와인 가죽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과 가죽은 어떨까? 스위스 취리히의 해피 지니(Happy Genie)는 사과 껍질로 만든 핸드백을 선보였다. 원래 고급 가방 업체를 운영하던 창업자 탄야 쉔커는 채식 생활을 하면서 친환경 가죽 제품에 눈을 뜨게 됐다. 이탈리아 볼차노 지역에서 수집한 사과 껍질을 사용해 이를 말리고 분쇄해 연료와 섞어 가죽과 비슷한 소재를 만든다. 제조 역시 최고급 패션 제품을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제조 업체에서 생산해 ‘책임 있는 럭셔리’를 지향한다. 소재 외에도 가죽끈과 파우치 등을 바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사과 가죽으로 만든 해피지니의 핸드백, 탈부착 가능한 파우치와 스트랩을 활용해 취향에 따라 연출할 수 있다./해피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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