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인사이드] 국방부의 '두 태양'과 그림 철거 사건

    입력 : 2018.03.23 03:02 | 수정 : 2018.03.23 08:10

    [국방부 직원들 "모든 장관 보고는 차관 거쳐야 합니다"]

    어느날 사라진 로비의 '김기창 작품'…

    宋 "실세 차관이 떼라고 했다면서요?"
    徐 "예술작품 재배치 하라고만 했죠"

    차관
    송영무 장관(왼쪽), 서주석 차관
    송영무(69)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국방부 청사에 들어오다 로비 한쪽에 텅 비어 있는 벽을 굳은 표정으로 한참 동안 바라봤다. 며칠 전까지 운보 김기창 화백이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우리 장병을 그린 작품 '적영(敵影·적의 그림자)'이 걸려 있던 곳이다.

    이 그림은 지난 16일 서주석(60) 국방차관 지시로 떼어졌다. 서 차관은 김 화백의 친일 전력 논란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이나 장관실 관계자는 그림 철거와 관련해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송 장관은 집무실에서 가진 간부 티타임에서 서 차관에게 "실세 차관이 (그림) 떼라고 했다면서요?"라고 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웃으면서 한 농담"이라고 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뼈 있는 말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 차관은 "청사 내 예술작품 재배치를 검토하라고 했지, 철거를 지시한 건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장관과 차관 사이가 표면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최근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고 했다. 서 차관이 송 장관 못지않게 현 정권 창출에 대한 '지분'이 있는 데다, 조직 장악 욕심도 강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송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해군참모총장을 지냈고, 2012·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있었다. 서 차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 수석 등을 지내며 문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둘을 두고 내부에서는 "국방부에는 매일 두 개의 태양이 뜬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 국방장관은 매일 오전 주요 실·국장과 조찬 회동을 하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월·수에는 송 장관이, 화·목·금은 서 차관이 주재하는 티타임으로 바뀌었다. 또 현재 국방부에서 이뤄지는 모든 장관 보고는 차관을 거쳐야만 한다. 차관 집무실 앞에는 보고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국방부·군 관계자를 자주 볼 수 있다. 차관 내외부 일정이 많다 보니 장관보다 차관 만나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최근 송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 차관의 주가가 더 뛰었다고 한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와의 갈등, "전술핵 재배치 검토 용의 있다" 등 잇단 대북 소신 또는 돌발 발언으로 군 안팎에서 경질설·교체설이 나돌았다. 송 장관이 최근 국방부 10층 간부식당을 없애고 일반 직원식당을 이용하기로 한 것도 흔들리는 입지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를 향해 "국방 개혁을 책임지고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후보 0순위'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서 차관도 최근 암초를 만났다. 서 차관이 5·18 민주화운동 의미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방부 '511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조직은 1988년 광주 청문회를 앞두고 구성됐는데, 서 차관은 당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서 차관은 논란이 일자 "연구원 입사 2년 만의 일이고 자의와 무관한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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