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젊은이들, 땀과 흙냄새 속에 농촌의 매력 배우기를

조선일보
  • 김혜란 우프코리아 상임이사
    입력 2018.03.23 03:11

    김혜란 우프코리아 상임이사
    김혜란 우프코리아 상임이사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믿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임순례 감독이 '뜨는 배우' 김태리·류준열·진기주와 만들었죠. 그 영화를 보면서 20년 전 호주 시골의 폴 아저씨네서 '우프'를 체험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서 나는 초보 농부였습니다. 그저 폴 아저씨를 따라 씨앗을 심고, 잡초를 뽑고, 열매를 땄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때 느꼈던 구수한 흙냄새와 살결을 건드리는 바람과 땅이 움틀 때의 촉감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의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후 20년 가까이 '땅을 소유하지 않는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인 우프 활동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된 비영리 단체인 우프(WWOOF·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는 국내외 친환경 농가를 찾아가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활동입니다. 현재 150여 국가에서 1만명 넘는 농부가 호스트로 나섰으며 매년 15만명 이상의 봉사자, 즉 우퍼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프코리아에서도 전국 70명가량의 농부가 호스트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급자족형 소규모 농장부터 대단위 체험 농장까지 규모는 다양하지만 모두 다 친환경 농사를 짓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사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습니다. 손으로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지요. 인간의 지위에서 자연을 보호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땅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바탕으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프코리아로도 한 해 20~30대 해외 우퍼 수백 명이 찾아옵니다. 이국 농촌의 일손을 도우면서 문화를 교류하고 싶어서지요. 몇 해 전부터는 우리 청년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루 5시간 정도 태양 아래서 흙냄새를 맡으며 노동합니다. 그 신성함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명문대를 다니며 고시를 준비하던 한 젊은이는 우연히 참여한 우프로 삶이 바뀌었습니다. 본격 귀농을 준비 중인 그는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이는 도시에서는 배도 고프고 마음도 고팠지만, 농촌의 삶에서 그 공허함이 채워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가 농촌을 접하다가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아마 땅과, 그리고 땀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연대감의 덕도 클 것입니다.

    정부는 농촌 고령화와 공동화를 해결할 대책의 하나로 '청년 농민 직불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의 삶은 단순히 돈으로 유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농촌을 긍정적으로 볼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원을 앞세워 귀농·귀촌을 권하기 전에 청년들 스스로 농촌을 만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영화 속의 혜원은 어쩌면 행운아일 겁니다. 돌아갈 자연 속의 집이 있고, 함께 저녁을 먹을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죠.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젊은이는 그런 안식처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알고, 땅을 경험하고, 수확의 기쁨을 느끼게 될 농촌에서의 삶을 그려보는 청년들에게 권합니다. 농촌과 일단 작은 관계부터 맺어보세요. 우프가 도시 청년들의 집이 되어 주고 함께 저녁을 먹는 친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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