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과 대만 간의 '모든 레벨'의 교류를 촉진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에 최종 서명했다.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장일치로 주석에 재선출한 날(17일) 미국에선 대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지난 2월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한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의 '모든 레벨' 공무원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태평양 지역 안보와 경제적인 분야에서 핵심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보 분야 장관급 인사들의 교류를 권고하기도 했다. 법안은 대만에 대한 금수 조치나 보이콧 등은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해치는 위협으로 미국의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고도 했다.
지금도 미국 정부 인사들이 대만을 찾고 대만 인사들도 종종 백악관 등 미 행정부를 방문하지만,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주로 낮은 직급에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이를 장관급 교류까지 올리도록 권고하면서 사실상 '국가 대 국가급'으로 격상시키려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워싱턴 방문도 가능하다. 미국과 대만 양국 고위 공직자의 상호 방문은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이후 중단된 상태다.
짐 인호프(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전례 없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회담은 매우 귀중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환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대만에 비공식 대사관을 개소하고 대만에 더 많은 무기를 팔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만여행법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위배되며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미국은 대만과 그 어떤 공식적인 협력이나 관계 개선 추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국방부 우첸(吳謙)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중국은 미국이 법안(대만여행법)을 실시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인민일보는 18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에서 "미국의 대만여행법은 중국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것이고, 중·미 관계와 대만해협 정세에 엄중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했다.
반면 대만 외교부는 "이번 법안은 양국 관계를 더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의 대만여행법은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대만 문제로 인한 갈등과 긴장이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 주석도 장기 집권의 명분을 위해 대만통일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리이후 베이징대 대만연구원 원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만큼 대만에 대한 개입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