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0년 금고지기' 우리銀 독점 깨진 까닭은

조선일보
  • 이벌찬 기자
    입력 2018.03.19 03:03

    연 34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가 104년 만에 두 곳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1915년부터 유일한 시 금고였던 우리은행과의 약정이 오는 12월 만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복수 금고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서울시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은행 1곳에 자금 관리를 맡겨왔다. 세수가 크고 항목이 많아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야 업무 효율이 높다는 이유였다. 복수 금고제를 도입해달라는 시중은행의 민원은 꾸준히 제기됐다. 시 금고 은행은 거액의 예치금을 확보하고 세출·교부금 등 출납 업무로 수익을 거두기 때문이다. 각 은행은 "시 금고로 선정되면 각종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시를 향한 '구애'를 줄기차게 벌여왔다. 그러나 번번이 '100년 금고지기'의 아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 금고 입찰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우리은행으로서는 공교로운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 오류로 시민 76만명에게 엉뚱한 세금 고지서가 발송된 것이다. 마침 시에서는 복수 금고제 도입을 고려하던 중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금융 개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금고 독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 영향이 컸다. 시는 앞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금고제 운영을 비교·연구해달라는 용역도 맡겼다. 업계에서는 시의적 흐름과 최근의 오발송 사고 등이 맞물려 복수 금고 시대가 열리게 된 것으로 분석한다.

    선정된 두 은행은 내년부터 4년간 시의 예산·기금을 맡는다. 우리은행 외에도 신한, 국민, KEB하나 등이 물밑 경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다음 달 25~30일 금융사의 제안서를 받아 심의한 뒤 오는 5월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변서영 시 재무과장은 "복수 금고를 도입한 원년인 만큼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시 금고가 지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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