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죽음은 웃음거리였다”…英서 '18세 소녀 집단구타'에 이집트 분노

입력 2018.03.16 16:32


“그들은 언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모습을 보고 웃었다.”

2018년 2월 20일(현지 시각), 노팅엄셔 주(州)의 쇼핑 센터 앞에서 한 무리의 여성들이 마리암 무스타파(18)를 둘러쌌다. 마리암은 쇼핑을 마친 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10명의 무리는 주먹과 발로 마리암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리암의 머리채를 잡고 20미터 가량 끌고 갔다. 마리암과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었다. 무리는 스마트폰 영상으로 공포에 질린 마리암의 모습을 찍었다.

마리암은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침 정류장에 도착한 한 버스에 올라탔다. 그들이 돈을 내고 버스에까지 따라 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무리는 마리암을 쫒아 버스에 탔고, 폭행은 계속됐다. 당시 버스 정류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단 한명의 남성이 그들을 제지할 때까지 아무도 마리암을 돕지 않았다.

마리암은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은 곧 그를 퇴원시켰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마리암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뇌출혈이었다. 마리암은 다시 병원으로 옮겨져 9번의 수술을 받는 등 사투를 벌였지만, 약 한달 뒤인 3월 15일 결국 숨을 거뒀다.
◇ 이집트 출신 18세 소녀의 비극적 죽음…“희망이었던 영국이 우릴 망쳐놨다”

마리암 무스타파의 생전 모습. /이집트 인디펜던트 캡처

영국 노팅엄셔 주에서 15일 18세 이집트 출신 여학생이 허망한 죽음을 맞았다. 앞서 정리한 사건의 전말은 마리암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자신의 여동생에게 직접 설명한 내용이다. BBC는 이날 무자비한 사건에 영국 사회는 경악했고, 이집트는 분노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노팅엄셔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2월 20일 노팅엄셔에 있는 빅토리아 쇼핑 센터 앞에서 벌어졌다. 마리암을 폭행한 여성들은 ‘검은 장미’라고 불리는 10대 아프리카계 영국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마리암을 도운 남성은 마리암이 탔던 버스의 기사였다. 그가 소속된 노팅엄시티운수는 “이 끔찍한 공격의 수사를 위해 노팅엄셔 경찰에 해당 버스의 CCTV를 넘겼다. 우리는 범인을 찾기 위한 모든 지원을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암은 이집트 출신의 이민자로, 노팅엄셔 주에 있는 노팅엄대학교 공대생이었다. 마리암의 지인들은 “마리암은 사랑스럽고, 명랑하고, 지적인 친구였다”며 “그 같은 사람이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마리암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무스타파는 BBC와 인터뷰에서 “딸아이가 공학자가 될 수 있도록, 더 나은 교육과 미래를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불공평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내 딸이 9번의 수술을 받는 동안 폭행을 저지른 아이들은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마리암의 여동생인 말라크 무스타파는 BBC와 인터뷰에서 “일부 사람들이 SNS에서 마리암이 혼수상태에 빠진 모습을 보고 비웃는 것을 봤다”며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말라크는 “우리는 영국이 우리의 희망이 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영국은 우리를 망쳐놨다. 이제 우리는 영국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리암을 잃은 것은 내 반쪽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리암은 친절했고, 항상 사람들을 돕길 원했다”며 “그들은 왜 마리암에게 그렇게 했는가, 대체 왜”라고 반문했다.
◇ 노팅엄셔 경찰 “인종주의 범죄 가능성 조사”…인종차별에 자조적 목소리도


노팅엄셔 경찰은 2018년 3월 15일 마리암 무스타파 사망 사건의 수사 협조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노팅엄셔 경찰 공식 트위터 캡처

노팅엄셔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소행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에서 이번 공격이 인종 증오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암이 사망하기 전 한 17세 소녀가 폭력 혐의로 체포됐지만,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났다.

영국 치안 담당 부서인 내무부에 따르면 영국 내 혐오 범죄는 지난 2016~1017년 8만3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2016년 6만2518건 대비 1만7000건 이상 증가한 수준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마리암의 소식이 전해진 뒤 영국 내에서는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 이슬람 혐오 사건을 감시하는 단체인 ‘텔마마(TellMAMA·반무슬림폭력감시단체)’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리암 사건을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조사할 것이며, 이미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린다”며 “SNS에 적절치 못한 글을 올린다면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리암이 이집트 이민자라는 이유로 그에 가해진 폭행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마리암과 그의 가족을 조롱하는 일부 SNS 이용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텔마마는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마리암의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마리암이 폭행당할 때 버스 정류장에 많은 사람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먼저 나서서 우리에게 정보를 주길 바란다”고 했다.

노팅엄셔 지역지인 노팅엄 포스트는 이날 “SNS에서 마리암 무스타파의 죽음을 언급하기 전 두번 생각하라”며 “십대 소녀인 마리암의 죽음은 그의 가족 뿐만 아니라 폭력을 혐오하고 노팅엄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비극”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는 책임이 따른다”며 “온라인 상에서 마리암을 공격한 자들을 옹호하고, 그들의 체포를 막는 이들은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방비의 젊은 여성이 많은 사람들이 있던 도시 한 가운데서 잔인한 폭행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용기를 내 앞으로 나와야 한다. 그들은 마리암과 그의 가족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이집트 사회 분노…‘무슬림 처벌의 날’ 편지 관련 의혹도

이 가운데 마리암의 가족들은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영국 경찰이 마리암 사건 초동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초진에서 마리암의 뇌출혈 사실을 밝히지 못한 병원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마리암의 여동생 말라크는 “범인들은 15~17세 사이 나이일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학교에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영국 주재 이집트 대사관은 “잔혹한 공격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영국 당국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신속하게 소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외교부는 “이집트 국민들은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정부는 정신적 충격에 빠진 마리암의 가족들을 지원하고 돕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마리암 무스타파 폭행과 ‘무슬림 처벌의 날’ 편지가 연관돼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BBC는 이집트 SNS 사용자들 사이에서 “마리암의 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의 해시태그(검색을 편리하게 하는 # 표시)를 단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 일이 이집트에 살고 있던 영국인 가족에게 벌어졌다면 어떻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영국 전역에 배포된 ‘무슬림 처벌의 날(Punish A Muslim)’이라는 제목의 편지가 마리암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편지는 오는 4월 3일을 ‘무슬림 처벌의 날’로 규정하면서 무슬림 신자들을 고문하거나 산성 물질로 공격하고, 모스크(이슬람 사원)을 방화하라고 촉구했다. 또 실제 공격을 이행하면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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