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그 아줌마 장딴지에는 덩어리가 있었다

조선일보
  • 유재호 정형외과 전문의
    입력 2018.03.17 03:02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안 아프던 게 아프거나 크기 자체가 5㎝ 넘으면 정밀 검사로 들여다봐야

    그 아줌마 장딴지에는 덩어리가 있었다 일러스트
    내 왼쪽 팔에는 메추리알보다 좀 작은 덩어리가 있다. 일종의 혹이다. 벌써 몇 년 동안 그대로 있어서 지방 덩어리로 생각하고 그냥 두고 보고 있다. 크기도 별로 안 크고, 별로 아프지도 않고, 위치가 고약해서 신경이나 혈관을 누르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술해서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가 왜 느닷없이 팔에 있는 '메추리알' 이야기를 하느냐고? 실제로 이런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는 팔·다리·몸통에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오시는 분들이 자주 있다. 대개는 물주머니거나 지방 덩어리인 경우가 많지만, 혹시라도 악성 종양, 즉 암이 아닐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렇다면 양성 종양은 무엇이고, 악성 종양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도 유방 혹, 대장 용종 등에 대해서 조직 검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괜히 마음이 불안할 때도 있다.

    몸에 혹 또는 덩어리, 즉 종양이 있으면 가장 먼저 이것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추정해야 한다. 양성이라면 착한 것, 즉 별로 위험한 것이 아니다. 별로 불편한 것이 없으면 꼭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팔의 '메추리알'에 해당한다. 만약 제거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상처 등 손해가 적게 제거할지 고민한다. 반면 악성이라면 나쁜 것, 즉 암으로 목숨을 위협한다. 제거할지 말지가 아니라, 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가 관심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검사를 하고 수술을 할지, 방사선 치료를 할지, 항암 치료를 할지 결정한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양성, 악성의 구별은 조직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럼 조직을 떼어내지 않고, 수술도 하기 전에 어떻게 양성, 악성을 구별할까? 환자의 증상이나, 진찰 소견, 영상 검사 등 여러 가지 실마리로 추정하는데, 대개는 수술 전에 구별이 가능하다. 그런데 가장 곤란한 경우가 양성으로 생각하고 수술을 했는데, 조직 검사상에서 악성으로 판명되는 경우이다.

    쉰 넘으신 아주머니가 장딴지의 혹 때문에 외래에 오셨었다. 한 7 년 전부터 조금씩 커지더니 이제 아기 주먹만 하게 만져진다고. 아프지도 않고, 크게 불편한 것은 없는데, 그래도 신경이 쓰여서 없애고 싶다고 하셨다. 장딴지 근육 안에 7 cm 정도 되는 덩어리를 MRI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환자분은 그냥 덩어리를 떼어주기만을 원하셨다. 그런데 조직 검사 결과, 매우 희귀한 종류의, 근육 안에 생기는 암이었다. 다행히 악성도가 심하지 않고 추가로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가 필요한 종류도 아니었고, 이후로도 재발이나 전이 없이 잘 지내고 계신다.

    팔·다리·몸통에 덩어리가 있을 때, 계속 커지거나, 안 아프던 것이 아파지거나, 근육 층보다 깊게 있거나, 크기 자체가 5 cm 이상 클 때는 악성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형외과 의사가 부러진 뼈만 고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장딴지 암과도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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