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부 없는 것이나 같은 韓·美, 북핵 협상 문제없나

조선일보
입력 2018.03.16 03:19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무장관 교체로 5월 개최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지명자의 인준 절차가 끝나려면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미 언론이 "국무부가 사실상 붕괴했다"고 할 정도로 어이없는 미국 외교 당국 사정이다. 트럼프는 틸러슨 경질에 항의한 차관을 즉각 잘랐다. 국무부 차관급 이상 직위 10개 중 8개가 공석이다. 국무부 고위 간부직 91곳이 비어 있다고 한다. 미국 역사에 없던 일이다. 남북한 문제를 총괄하는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12월 지명됐으나 아직 청문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얼마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옷을 벗었다. 주한 미대사는 1년 2개월째 공백 상태다.

한국 외교부는 아예 '투명 부처'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북핵 교섭에서 외교부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에게 전달한 추가 메시지 내용을 아는 6명 중에 외교부 인사는 없다. 특사단이 트럼프를 만날 때 외교장관은 동남아에 있었다. 장관은 허세 틸러슨이라도 만나려다 그가 경질되는 바람에 희극적인 처지에 놓였다. 정상회담 합의와 같은 큰 대목은 외교 조직 없이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핵 협상의 구체적 부분으로 들어가면 경험 있는 외교 조직의 탄탄한 뒷받침 없이는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 항상 문제는 디테일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한·미 두 나라 모두 외교 조직 자체가 붕괴됐거나 아예 없는 것처럼 취급받고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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