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십조 헛돈도 모자라나, 일자리 특단 대책 또 세금 뿌리기

조선일보
입력 2018.03.16 03:20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자 1인당 연평균 1035만원씩 4년간 한시 지원한다는 내용의 일자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현금 지원과 각종 세제·금융 혜택을 통해 매년 1000만원의 보너스를 주겠다는 것이다. 4조원 안팎의 일자리 추경도 편성키로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연간 9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목돈 마련 저축에 3년간 180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교통 불편 지역 취업자에겐 월 10만원 교통비도 준다. 5년간 소득세를 면제하고 전월세 보증금을 저금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실패하면 안 갚아도 되는 창업자금 1000만원을 1만명에게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세금 지원책이 망라됐다.

이렇게 세금을 투입해 중소기업 일자리 18만~22만 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부는 총소요 예산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적게 잡아도 10조원 규모를 넘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단 대책' 지시에 따라 나온 일자리 대책에 '특단'은 없고 고질적인 세금 퍼붓기로만 채워졌다. 노동개혁이나 규제 완화 같은 근본적 대책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정책이 이어졌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공무원을 늘린다고 했지만 청년 실업률은 외환 위기 이후 최악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11조원 세금을 써서 늘린 일자리의 절반은 '60대 임시직 아르바이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메워주겠다는데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신청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올해 고용 예산도 19조원이나 편성했지만 2월 취업자 증가폭은 8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세금 수십조원이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고용 사정은 나아진 것이 없다. 국민 혈세가 증발한 것이고 헛돈을 쓴 것이다. 그런데도 또 세금을 쓰겠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죄다 3~5년 한시 지원책이다. 현금 지원도 각종 혜택도 대부분 3년짜리로 책정했다. 그 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정권 임기 동안 선심 쓰고 뒷감당은 다음 정부로 떠넘기게 된다. 애당초 세금 퍼붓기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이다. 머지않아 세수 호황이 끝나고 재정이 바닥 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이 정부의 큰 씀씀이가 재정 적자를 가속화시킨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금 추세라면 2060년 나랏빚이 당초 전망보다 무려 3400조원이나 많아진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의 원조인 그리스는 국가 파산 위기를 겪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청년 실업의 본질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해 일자리난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옳은 진단이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5년 전 일본의 실업률은 한국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일자리 풍년을 구가하고 있다. 규제를 풀고 친기업 정책을 편 덕분이다. 모든 선진국이 이렇게 하고 있다. 한국 정부만 세금 퍼주기 좌파 정책에 집착하며 엉뚱한 길을 달리고 있다. 세계가 호황인데 우리만 일자리 흉년인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의 정책 역주행이 세계적 일자리 호황에서 우리만 소외시키고 재정은 재정대로 악화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중소기업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것의 몇 배 몇 십 배 효과가 나타난다. 핵심은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자연히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중소기업 취업도 늘어난다. 여기에 규제 완화까지 나오면 새 비즈니스가 솟아난다. 문제는 노조와 좌파 세력이 반대하는 것이다.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은 주지 않고 환자에게 세금 설탕물만 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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