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퇴임한 후 1844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 소환 조사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9시 50분 시작해 자정 무렵까지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과 이튿날 새벽까지 조서를 열람한 뒤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지난해 3월 21일 같은 곳에서 조사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7시간 넘게 조서를 열람한 뒤 이튿날 새벽 귀가했다.

입장문 읽는 이명박 前대통령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에 앞서 포토라인에 서 있다. 손에는 A4용지에 프린트해 온 입장문을 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2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후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미리 준비한 230자 분량의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이 전 대통령은 "민생 경제가 어렵고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면서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삼성전자가 대납했다는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소송 비용 60억원 등 총 110억원대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받았다는 국정원 특활비 17억5000만원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서 이 회사에서 2007년까지 조성했다는 300억원대의 비자금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다스 실소유주 의혹부터 시작해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를 이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것이고 삼성의 소송비 대납은 모르고 있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추가로 조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