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추경으로 만든 일자리, 절반이 '60~65세 알바'

    입력 : 2018.03.15 03:03 | 수정 : 2018.03.15 14:21

    [산림 병해충 방제·지하철 택배… 정규직 대신 대부분 '단기 알바']

    직접 일자리 6만7000개에 그쳐
    3만개는 노년, 청년은 4400개뿐
    정부, 또다시 추경 편성 추진

    11만개 일자리 만들겠다 했지만 청년 실업 해소와 거리 먼 직종…
    간접 일자리 2만4000개라는데 실제 몇개 만들어졌는지 파악못해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필요하다며 또 추경(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일자리 추경'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추경 덕에 만들어진 일자리의 절반가량은 60~65세 노년층 일자리였고, 청년 일자리 창출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 기업 부문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 너무 부진해 관련 지원 예산 중 절반도 소진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허망한 결과를 보고도 정부는 또 습관처럼 일자리 추경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 '1호 업무 지시'로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 실행했다. 일부 야당은 "세금만으로 일자리를 지속하지 못한다"고 반대했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실업 대란을 방치하면 재난 수준의 위기가 온다"며 추경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부는 추경 편성으로 직접 일자리 8만6000개, 간접 일자리 2만4000개 등 총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가 14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으로 만들어진 직접 일자리는 6만7000개에 그쳤고, 그나마 절반인 3만개가 청년 실업난 해소와는 거리가 먼 노년층 단기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 훈련 등을 통해 만들겠다고 한 간접 일자리 2만4000개 가운데 몇 개가 만들어졌는지는 정부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경 직접 일자리 창출 실적
    이런 가운데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내세워 올해 또다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재난 수준의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만들고 있으며, 추경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대통령 주재 일자리보고대회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추경 추진 여부를 확정한다.

    ◇추경이 만든 일자리 절반은 노인 일자리

    지난해 추경을 투입해 만들어진 직접 일자리는 6만7000개로 정부 목표치의 82%에 그쳤다. 그나마 그중 절반가량인 3만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568억원을 투입해 60~65세 중장년층에게 보육시설 봉사, 취약 노인 안부 확인, 노인 문화 복지 활동, 지하철 택배, 주유원, 경비 같은 '알바'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렇게 해서 추경이 집행된 5개월간 노년층 1인당 지급된 돈은 월 38만원가량이다.

    또 추경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대부분이 상시적 일자리가 아닌 단기 알바 성격의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 50세 이상 퇴직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한 사회 공헌 활동 지원 1500명(19억원), 지난해 한시적 사업으로 진행된 기업등록부 정비 사업 1100명(63억원), 산림 병해충 예찰 방제단 3000명(185억원) 등이 직접 일자리 창출 실적에 포함됐다.

    반면 공무원을 비롯해 보육·공공 의료·요양 등 비교적 좋은 일자리 창출은 실적이 부진했다. 정부는 당초 공무원 1만2000명을 뽑겠다고 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경이 아닌 예비비 등을 활용해 공무원 1만1000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앙공무원 2600명만 예정대로 채용했을 뿐, 지방공무원 7500명 중 4500명은 아직까지 뽑지 못하고 각 지자체별로 채용을 진행 중이다.

    2030억원을 들여 5125개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치매 관리체계 구축 사업'은 실제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쳤다. 예산 16억원을 들여 보건소에 간호사 등 서비스 인력 508명을 채용하려던 '지역사회 통합 건강 증진 사업'도 목표치의 74%인 375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추경호 의원은 "특히 지자체 보조 사업의 경우 미집행액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을 주장하기 전에 실제 현장에서의 집행률과 일자리 창출 실적을 정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4400개에 그쳐

    정부가 지난해 추경을 편성하면서 목표로 한 순수 민간·청년 직접 일자리는 9000개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채용하면 그중 1명의 임금을 연 2000만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 제도를 통해서다. 당초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1만5000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8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목표 일자리 수가 9000개, 예산은 48억원으로 삭감됐다. 하지만 정부는 줄어든 예산조차도 다 쓰지 못하고 배정된 예산의 36%에 불과한 17억원만 실제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으로 창출된 일자리도 목표의 절반에 못 미치는 4396개에 그쳤다

    청년 일자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다른 사업들도 대부분 집행이 저조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233억원의 추경이 편성됐지만 이 중 60%인 139억원만 집행됐다.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하는 청년에게 월 60만원씩 최대 3개월간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 취업 인턴제' 예산도 추경에서 175억원이 추가로 편성됐으나 이 중 61%인 106억원만 실제로 집행됐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간접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쓰이는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추경호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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