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니 사과하라" 정봉주의 '법률 자문'에 법조계 "오히려 유죄 증거"

입력 2018.03.14 16:24 | 수정 2018.03.14 17:08

“수사 들어가면 불리할 수 있으니까 사과 글 올려주세요.”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정봉주 전 의원이 지지자들을 위해 ‘법률 자문’에 나섰다.

정 전 의원 지지자 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 회원 등 네티즌 60여 명이 사건과 무관한 S씨를 ‘폭로 여성’으로 지목해 ‘신상 털이’에 나선 혐의로 피소(被訴)되자 “검찰 조사에 들어가면 불리할 수 있으니까 사과 글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3일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렇게 말한 뒤 “피소된 회원들이 벌금 내는 상황이 되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도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미권스 카페 회원의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분들이(‘신상털이’ 나선 지지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니 도와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해당 글 내용을 거듭 인용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신에 대한 성추행 의혹 관련 기사를 게재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조선일보DB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피소(被訴)된 60여 명은 엉뚱한 사람을 ‘성추행 폭로자’로 지목한 다음, 해당 여성(S씨)의 신상정보를 인터넷 공간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S씨의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내려받은 뒤, 이것을 돌려보면서 “확실히 코(성형)하면 예쁘겠네”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기자인가?” 등의 비하 발언을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S씨의 실명은 한때 포털사이트(네이버)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올랐다.

S씨가 경찰에 고소하자, 미권스 회원 일부는 “고소당하면 오히려 자랑거리다” “S씨를 특정 짓지 않아서 문제가 없을 것” “(걸리면) 콩밥 먹으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S씨의 소셜미디어(SNS)에 몰려가 “S씨 본인이 의도적으로 명예훼손 가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등의 댓글을 달아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법적 다툼에 유리하려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독려하자 이번에는 미권스 카페에 “ 피해자를 S모양인 것 같다고 올린 거 정정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과문’ 작성자는 "인터넷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S양이라 쓴 글을 보고 여기에 (성추문 폭로자가 S씨라고) 올렸는데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 섣불리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과드린다. 특히 피해를 입은 S양에게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 글에는 “잘했다. 정봉주의 의견도 그러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법조계에서는 정 전 의원 “사과 글을 올리면 수사 과정에서 유리하다”는 정 전 의원의 ‘자문’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는 것 자체가 도리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가해자가 사과문을 올리는 것은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할 때 참조하는 사항일 뿐”이라면서 “사과문을 올리는 것은 수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소인 S씨는 경찰에 추가 고소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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