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소환날 가신들은 법정서 "국정원 돈 받았다"

입력 2018.03.14 11:53 | 수정 2018.03.14 16:46

김백준 “변명 않겠다. MB조사로 진실 밝혀질 것”
김진모 측 “국정원 자금 받았지만, 뇌물 아니다”
검찰, “공범 수사 신속히 마무리, 4월 초쯤 기소”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14일 오전, 바로 옆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피고인으로 선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들이 국가정보원 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겠다. 남은 여생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며 사실상 자백에 가까운 진술을 내놨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왼쪽)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조선DB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이날 오전 MB 청와대의 김 전 기획관,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에 대한 공판을 잇달아 진행했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2010년 각각 김성호,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2억원씩 모두 4억원의 국정원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제공되는 것을 거든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기획관은 법정에서 직접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지금 이 시각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소환돼 있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건 전모가 국민께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히 정직하게 남은 수사일정 및 재판 일정에 참여하겠다. 고개 숙여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김 전 기획관은 이따금 변호인과 의견을 나눌 뿐, 뚜렷한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김 전 기획관 재판보다 먼저 진행된 김진모 전 비서관 재판에서도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겠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국정원 자금 5000만원을 받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정원 직원 신승균(전 국익전략실장)에게 자금 지원 여부를 문의했고, 신씨로부터 돈이 든 쇼핑백을 전달받아 그대로 장석명(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느냐”고 묻자, 김 전 비서관 측은 “그렇다”고 했다.

다만 김 전 비서관 측은 문제의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평가될 수 있을지 여부는 다퉈보겠다고 했다. 용도가 뚜렷한 자금이라면, 공적인 돈을 불법사용한 책임은 물을 수 있어도 대가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읽힌다. 재판부도 “국정원이 자금을 지원하며 어떤 명목으로 쓰일지 알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옥색 수의 차림의 김 전 비서관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방청석을 둘러보거나 잠시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 줄곧 고개를 숙인 채 있다가도, 이따금 재판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끝으로 MB 청와대 관계자들의 불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 지을 전망이다. 시기로는 3월 말~4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김 전 기획관 재판에서 “공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증거목록 등은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한 뒤 4월 초순쯤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있는데, 기소하면서 같이 정리할 것이냐”고 묻자, 검찰은 “그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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