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제국'의 후계 혈투… 디제잉하는 이 남자가 웃었다<br>1년여 경합한 슈워츠 사퇴… 솔로몬 사장, 차기 회장 예약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8.03.14 03:36

    '모범생 스타일' 경쟁자와 달리 파티 즐기는 '골드만의 힙스터'
    투자은행 등 신사업서 성과 내 現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한 듯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새 수장이 두 라이벌의 1년 4개월간 '공개 혈투' 끝에 결정됐다. 골드만삭스는 12일(현지 시각) 두 명의 공동 사장 중 전통적 핵심 부문인 트레이딩을 총괄해온 하비 슈워츠(54)가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과 기업 인수·합병 등 신분야를 맡아온 데이비드 솔로몬(56)이 단독 사장으로 올라서고, 로이드 블랭크파인(63) 현 회장이 연말께 물러나는 대로 회장직을 승계할 예정이다.

    창립 149년 된 골드만삭스는 단순한 금융회사를 넘어 '미국 재무장관 사관학교' '거번먼트 삭스(Government Sachs)'로 불릴 정도로 역대 미국 정부에 많은 두뇌를 공급, 세계 경제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파워 집단이다.

    골드만삭스의 차기 회장직을 예약한 데이비드 솔로몬 사장이 지난해 뉴욕의 한 전자음악 페스티벌에서 디제잉을 하는 모습. 몰래 취미로 하던 디제잉을 라이벌인 하비 슈워츠 공동사장 측 인사가 ‘폭로’했지만, 오히려 이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산 것으로 평가된다.
    골드만삭스의 차기 회장직을 예약한 데이비드 솔로몬 사장이 지난해 뉴욕의 한 전자음악 페스티벌에서 디제잉을 하는 모습. 몰래 취미로 하던 디제잉을 라이벌인 하비 슈워츠 공동사장 측 인사가 ‘폭로’했지만, 오히려 이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산 것으로 평가된다. /EM Awards

    솔로몬과 슈워츠가 1대1로 맞붙은 것은 2016년 11월이다. 당시 승계 1순위로 꼽히던 게리 콘 사장이 트럼프 정부 초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이례적으로 '공동 사장' 체제가 들어섰다. 금융 위기를 안정적으로 넘기고 퇴임을 1년여 앞둔 블랭크파인 회장이 후계 고민 끝에 던진 카드였다.

    둘의 경쟁은 "유례없는 피 튀기는 전쟁"(파이낸셜타임스) "헝거 게임(생존 전투)"(뉴욕타임스) 등으로 묘사됐다. "두 사람의 휘하 직원들까지 동원돼 알력 다툼과 정보전, 언론 노출 경쟁과 망신 주기 등이 살벌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임원 연례회의 때 슈워츠가 회사 운영에 관한 연설을 마치자, 블랭크파인이 솔로몬에게 예고 없이 마이크를 넘겨 그가 버벅거린 일도 있었다. 당시 회장이 두 사장에게 똑같이 발언 기회를 주기 위해 그런 것인지, 슈워츠 측의 '작업'에 따라 솔로몬에게 창피를 주려 했는지를 두고 월가의 입방아에 올랐다.

    같은 뉴욕 출신의 금융계 거물이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은 판이했다. 골드만삭스엔 '역경을 헤치고 일어선 서민 출신(striver)'과 '좋은 학교 나온 상류층 엘리트(frat boys)'를 고루 등용해 상반된 집단끼리 경쟁시키는 전통이 있다. 낙마한 슈워츠는 전자, 솔로몬은 후자에 속했다. 슈워츠는 체육관 트레이너, 정육점의 칼갈이, 정원사 등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하다 서민들이 다니는 럿거스대에 갔다. 솔로몬은 뉴욕 부유층이 가는 해밀턴 칼리지를 나와 스키와 와인 등 고급 취미를 섭렵했다.

    그러나 업무에선 슈워츠가 오히려 전통적 금융맨의 모습에 가까웠다. "부하를 야단치기 전에도 48시간을 숙고한다"고 할 정도로 신중하고 진지한 성격에, 세계 지사를 쉼 없이 돌며 투자자들을 만나는 데 집중하고, 일요일 오후부터 출근해 한 주의 업무를 시작한다. 취미는 일본 격투기인 가라테다.

    반면 솔로몬은 뉴욕 클럽이나 해변 댄스파티에서 'D-솔'이란 가명으로 전자음악 디제잉을 하고, 금융계 인사들이나 연예인, 동네 주민을 뒤섞은 파티를 열면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다졌다. 부하들에겐 "주말은 꼭 쉬고,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라"고 독려한다. 남성 위주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여성 임직원 비중을 50%까지 늘리자고 주장했다.

    당초 블랭크파인 회장의 마음은 슈워츠에게 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워츠가 자신과 같은 '서민 출신'이란 점에서도 그랬지만, 솔로몬이 자꾸 '딴짓' 하는 것을 못마땅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부문이 2009년 330억달러에서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자, 무게중심을 투자은행으로 옮기고 사업 다변화에 나서기로 결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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