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힐링 숨쉬는 '용트럴파크' 되려면 민간 전문가 참여해야"

입력 2018.03.14 03:30

[밑그림도 없는 용산공원] [下] 전문가 제언

뉴욕 센트럴파크도 시민들 참여… 기부·자원봉사자 끌어모아 성공
"대통령 공약대로 생태공원 만들되 시설물 보존 등 역사성도 살려야"

올해 말 미군이 모두 떠나는 용산 기지는 생태형 공원인 '용산국가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미군 철수를 불과 9개월 앞에 두고도 아직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시민들은 용산공원에 대해 "가족이 함께 자연을 느끼는 안식처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사성도 적절히 보존해야 한다"는 견해다.

◇"생태공원으로 살리되 역사성 보존을"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시민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족·힐링·자연'을 부각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아이와 손잡고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는 공원" 등이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용산공원의 역사적 가치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공원을 내세워 역사의 흔적을 지워선 안 된다"는 것이다. 110여 년 동안 접근과 개발이 어려웠던 미군 기지에는 근현대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들은 미군이 떠나면서 용산기지의 역사를 잘 남길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천수 용산문화원 연구실장은 "기지 내 어떤 시설물을 남기고 없앨 것인지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미군과도 함께 상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 하야리아 캠프 기지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2014년 부산시민공원으로 거듭났다. 당시 건축물과 군수시설을 얼마나 남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결국 대부분을 철거해 역사성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오상헌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부산시민공원에 박물관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건물만 지어놓고 전시품 몇 개 모아놓은 수준"이라면서 "하드웨어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미군 기지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트럴파크'만들려면 시민 참여 필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용산 미군기지가 반환되면 그곳에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생태자연공원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해선 '한국의 센트럴파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르면 용산공원의 관리·운영은 용산공원관리센터가 맡는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용산공원관리센터는 공무원들이 순환하면서 근무하는 또 하나의 공사(公社)가 될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공원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공원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용산공원의 모델 뉴욕 센트럴파크 - 용산공원의 모델로 거론되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전경. 1975년 시민들이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지금의 생태 공원으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을 한국의 센트럴 파크로 만들려면 공원 관리 조직에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용산공원의 모델 뉴욕 센트럴파크 - 용산공원의 모델로 거론되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전경. 1975년 시민들이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지금의 생태 공원으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을 한국의 센트럴 파크로 만들려면 공원 관리 조직에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위키피디아
미국에는 공원마다 시민 참여 기구들이 존재한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시초다. 1970년대 센트럴파크는 범죄율 증가로 침체기를 맞았다. 재정이 부족했던 주 정부는 시민에게 공원 복구를 맡겼다. 1975년 시민들이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재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캠페인을 통해 뉴욕에 살던 자산가들이 하나둘 기부를 하고, 자원봉사자가 재원 조달부터 공원 수목 관리까지 발 벗고 나서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용산공원의 모델 중 하나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 공원도 시민 참여가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레시디오 공원은 218년 동안 군사 기지로 사용됐다. 1994년 미 국립공원협회가 군 부지를 인수하면서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공원 조성이 시작됐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공원의 조성과 관리를 책임질 민관 협력단체 설립이었다.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로 불리는 협력단체는 자원봉사자와 시민 단체의 도움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면서 군 기지 건물을 활용해 역사 알리기에 나섰다. 한때 폐기물과 쓰레기가 가득했던 공군 비행장은 주민들이 와서 소풍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올해는 장교 숙소로 쓰이던 건물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기지에 억류됐던 일본계 미국인들의 역사전이 열리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적은 건물은 민간에 임대해 수익을 내고 이를 공원에 다시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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