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까지 국회 표결… 6·13 지방선거가 '개헌 블랙홀'로

조선일보
  • 김아진 기자
    입력 2018.03.14 03:07 | 수정 2018.03.14 14:43

    [재적 3분의 2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 野 "선거 위한 전략"]

    한국당만 반대해도 국회통과 못해
    정계 "승산 없어도 與지지층 결집, 野를 호헌 수구세력 만들려는 것"
    野 "대통령 권한 축소는 빼놓고 시기 약속만 지키자는 것인가"
    민주평화당도 "연임제는 반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독자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여야(與野) 의석 구조로 볼 때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문 대통령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국회 재적의원(293명) 3분의 2 이상(19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121석의 더불어민주당을 빼면 거의 모든 야당이 부정적이다. 이날 "일방통행식 관제 개헌"이라고 반발한 자유한국당(116명)만 반대해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날 "국회가 개헌안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오는 21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며 개헌 추진 일정을 공개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국회는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예정대로 오는 21일 개헌안을 발의·공고할 경우, 국회는 싫든 좋든 5월 19일까지 표결해야 한다. 헌법상 대통령 개헌안은 공고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하게 돼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대통령에게 승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지지층이 '개헌'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지 않겠느냐"며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대한민국이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3당 원내대표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 - 13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 개헌안 등을 두고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3당 원내대표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 - 13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 개헌안 등을 두고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덕훈 기자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중간 평가 의미를 갖고 있다. 2년 차 국정 동력을 판가름할 선거이기도 하다. 야권은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지우고, 자신들은 '개헌 개혁 세력', 야당은 '호헌 수구 세력'으로 만들어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전략"이라며 문 대통령 의도를 의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야당을 향해 "책임 있는 정치적 태도가 아니다"라며 각(角)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개헌은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는 것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정당, 모든 후보가 함께 했던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한 야권의 반발은 격렬했다. '대선 때 한 약속을 지키라'는 문 대통령의 압박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말자는 게 아니라 국회가 합의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할 제대로 된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며 "한국당도 10월 이전에 개헌하겠다는데 6월 개헌을 고집하는 건 정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중요한 건 개헌의 내용"이라며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이 빠진 개헌안을 내놓고 시기 약속만 지키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개헌하면 대선과 지방선거 주기를 맞출 수 있다'는 문 대통령 언급에 대해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선거 주기가 문제 된다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임기를 개정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바른미래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지키지도 못할 탈(脫)원전 정책을 한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한 정권이 헌법 개정을 하자면서 투표 비용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친여(親與) 그룹으로 불리는 민주평화당도 "대통령 연임제는 절대 안 된다"고 했고, 정의당 역시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개헌은 국회 주도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바탕으로 국회 협상을 통해 야당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수정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선 "대통령 개헌안에 찬성하지 않은 의원도 상당수지만 어차피 통과가 어렵다는 걸 알고 침묵하는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안보 현안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진영을 초월한 국회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야 간에 싸움을 붙여 놓고 안보 문제는 협력하라고 하면 과연 야당이 응하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두고 "여권 인사들이 주로 휘말린 '미투(Me Too)'의 파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용도"라는 분석도 내왔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일단 대통령이 개헌안을 던져줘서 국면 전환은 될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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