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축소, 시민단체 案보다 후퇴했다"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03.14 03:04

    자문특위, 개헌안 초안 내놨지만 '대선 공약과 다르다' 비판 나와
    법률 제출권 폐지 등 핵심 사안, "합의 덜됐다" 복수안으로 제출
    文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게 맡겨

    文대통령 "국회에 권한 넘기려해도 국민이 국회 불신, 동의하려 안해"
    시민단체가 주장한 '토지 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은 포함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공개한 '문재인표 개헌안 초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에 대해서는 단일안을 내지 않고 복수안을 제출했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방안을 대통령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공무원의 노동 3권 인정' '토지 공개념 강화' 등 그간 시민 단체에서 주장해왔던 경제·노동 관련 사항도 대폭 포함됐다. 다만 정해구 위원장은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자문기구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자문안 자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특위는 개헌안에 국회 예산 법률주의 도입, 정부의 법률 제출권 폐지, 대통령의 헌법기관장 인사권 축소·조정안 등이 담겼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제시돼 온 사항이다. 그러나 특위는 이 조항들에 대해선 "특위 내 합의가 덜 됐다"는 이유로 복수안을 제출했다. 개헌의 핵심 쟁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문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셈이다. 다만 특위는 현행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는 감사원을 독립 기구화하는 방안,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종철 특위 부위원장은 "그 외에 대통령 권한을 더 축소할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정해구 위원장은 "대통령의 직접적 권한 축소를 헌법에 담는 데는 체계·구조상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대통령 권한 축소 부분은 오히려 참여 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안보다 후퇴했다" "대선 공약과 다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앞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정부의 법률 제출권을 폐지하고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도 제한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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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위는 그간 야당이 요구해온 '국회의 총리 추천·선출권'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하승수 특위 부위원장은 "(숙의형 토론 결과)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는 건 반대가 높았다. 국회 신뢰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국민의 국회 불신이 크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 야당이 대통령 권한 축소의 핵심 방안이라고 꼽은 사항에 대해 '국회 불신'을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도 "최대한 국회 쪽에 많은 권한을 넘겨서 국회의 견제 감시권을 높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조차도 (국회 불신 때문에) 좀처럼 국민이 동의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총리 선출에 대해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안 유지를 1안으로,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주는 걸 2안으로 하는 복수안을 제출했다.

    또 경제 민주화 의미를 명확히 하고,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는 부분도 포함됐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원칙적으로 허용키로 하는 안도 담겼다. 이는 그간 참여연대나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가 발표한 개헌안에 포함돼 경제 단체와 일부 야당이 반발한 내용이다. 하 부위원장은 "(홈페이지) 카드뉴스 찬반 의견 수렴도 했고, 여러 단체 의견도 듣고 여론조사도 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모으고 숙고해서 자문안에 반영했다"고 했다.

    지방 분권에 대해선 자치 재정권, 자치 입법권 등을 강화하는 안을 담았다. 다만 구체 방안에 대해선 복수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국민참여재판 등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안 역시 담겼다. 선거제도에 대해선 '비례성 강화 원칙'을 헌법에 명기하되,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구체적 방안은 법률로 정하게 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도입됐다. 수도(首都) 조항 역시 헌법 총강 부분에 들어가지만, 구체적 내용은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자문 특위는 헌법 전문(全文)에 부마 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을 명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촛불 집회'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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