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대학, 無學科 도입… 카이스트 대변신"

입력 2018.03.14 03:04

[신성철 총장 '비전 선언'… "경쟁력 없으면 교수·학생 다 뺏겨"]

연봉 5배 주는 싱가포르 난양공대, 우린 이직 교수 잡을 수단 없어
더 무서운건 떠오르는 중국 대학, 기업가형 대학 만들어 예산 충당
교수 2배 늘리고 예산 2조 확대… 일반고·외고 출신 더 뽑겠다

카이스트(KAIST)가 내년부터 '학부 4년 무학과(無學科) 트랙'을 도입하고, 현재 25%인 일반고·외국어고 출신 신입생을 2031년까지 35%로 확대한다.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은 13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카이스트 2031(설립 60주년) 비전'을 발표했다. 신 총장은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는 변신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카이스트가 앞장서 변신하겠다"고 했다.

―학생 교육은 어떻게 바뀌나.

"무(無)학과 트랙을 도입하겠다. 지금은 전체 학생들이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한다. 올해 입학생 중 50명 정도는 4년간 학과 없이 공부하도록 하고 그 수를 늘려갈 것이다. 대구과기대(DGIST) 총장 할 때 모든 학생에게 무학과 제도를 도입했는데 학생 만족도가 높았다. 교육방식도 강의는 온라인으로 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다. 2021년까지 모든 수업의 15%, 궁극적으로 절반 정도를 이렇게 수업할 생각이다."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듬직한 제자들은 대부분 일반고 출신이더라”며 “지금 25%인 일반고·외고 출신 신입생 비율을 3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듬직한 제자들은 대부분 일반고 출신이더라”며 “지금 25%인 일반고·외고 출신 신입생 비율을 3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학생 선발 방식은 어떻게 바뀌나.

"성적뿐 아니라 창의성·도전정신·배려심 갖춘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면접을 강화해야 하는데 교수나 입학사정관으론 부족하다. 2019학년도 입시부터 동문 명예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동문 추천서를 받거나, 동문과 입학사정관이 함께 면접하는 방식을 시도하겠다."

―비(非)과학고 출신 신입생을 확대하는 이유는.

"이공계 학생들도 연구원·교수뿐 아니라 변호사·가치평가사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 다양한 학생을 뽑아 다양한 진로를 열어주자는 의미다. 일반고 학생들이 과학·수학이 약해 1·2학년 때는 좀 힘들지만, 갈수록 잘 따라간다. 과학고·영재고 학생들보다 상당히 균형 잡혀 있고, 위기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지금까지 석·박사 80명을 양성했는데 제자 중 듬직한 애들은 대부분 일반고 출신이다. 카이스트가 리더를 양성하려면 일반고 학생을 뽑는 게 좋다고 본다."

―노벨상급 연구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은 시니어 교수 밑에 주니어 교수가 있어서 랩(연구실)을 이어받는다. 학문이 3~4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교수가 65세로 은퇴하면 랩을 닫아버린다. 노하우는 사라지고, 젊은 교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학문 깊이가 없다. 내 임기 동안 '학문 유산'을 남길 만한 랩을 30개 선정해 지원하겠다."

―국제화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대학 국제화로 경쟁력 없으면 학생·교수 다 뺏긴다. 중국의 신생 남방과기대는 300명 교수 대부분이 미국 출신이고 영어로 가르친다. 영어·중국어 다 배울 수 있고, 선전(深�)시가 이 대학에 운영비 70%를 지원해 학생 1인당 10만달러를 교육비로 투자한다. 앞으로 이런 학교에 교수·학생을 다 빼앗길 상황이다. 우리 교수 한 분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학장에 지원해 인터뷰 대상자로 뽑혔다. '합격하면 가겠다'고 하더라. 우리보다 연봉 5배 많고, 가족과 살기 좋은 싱가포르에 왜 안 가겠나. 그 연봉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며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단이 없다."

―난양공대 등은 카이스트 후발 주자들인데 경쟁력이 높다.

"그들 대학은 전폭적인 국가 지원을 받는다. 카이스트 예산 8000억원 중 정부 지원은 2000억원(25%)이다. 싱가포르는 80%를 정부가 지원하면서 완전한 자율성을 준다. 교수들은 정년 보장 심사에서 열 명 중 네 명만 통과한다. 그런 방식으로 '수월성'을 유지하는데, 우리는 열 명 중 한 명만 탈락한다. 더 무서운 건 중국 대학의 부상이다. 지난달 중국 갔더니, 메이저 대학 총장들이 한결같이 '우리는 재정 부족과 두뇌 유출 두 가지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했다. 이런 것을 보면서 한국 대학은 아시아 10위에도 못 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학 중 한 대학이라도 쭉 올라가야 다른 대학이 쫓아올 수 있다. 이것이 카이스트의 국가적 역할일 것이다."

―어떤 대책이 있나.

"2031년까지 교수는 현재 676명에서 1200명으로, 예산은 8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현실적으로 정부 출연금이 크게 느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비 수주와 기술료 수입을 늘리는 '기업가형 대학'을 만들겠다. 연구비 투자 대비 효과(ROI)를 현재 1%에서 2021년 3%, 2031년 10%로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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