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건

조선일보
  • 김풍기 강원대 교수
    입력 2018.03.14 03:04

    김풍기 강원대 교수
    김풍기 강원대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되고 첫 수업 시간이 되면 마음이 설렌다. 긴 방학을 마치고 오랜만에 보는 학생들의 얼굴이 반갑다. 어렵고 힘들게 혹은 즐겁고 행복하게 그 시간을 보낸 학생들의 흔적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첫 시간이면 으레 학생들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곤 한다.

    지난해의 일이다. 처음 보는 학생이 내 수업에 들어와 있었다. 출석부를 얼른 훑어보니 역시 낯선 학과가 보였다. 뜻밖에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내 수업은 우리나라 고전시가의 원문을 읽으면서 번역하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게다가 발표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컴퓨터학과 학생이 듣는다니 내심 뜨악했다. 왜 이 수업을 신청했느냐고 물으니, 늘 비슷한 전공의 다른 학과 수업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학과의 수업을 듣고 싶었다고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인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학생은 열의를 보였다.

    이러구러 한 학기가 지났다.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나오면서 그 학생을 잠깐 만났다. 할 만했느냐고 물었더니, 그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전혀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몰입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 시간이 오히려 복잡했던 머리를 완전히 비우는 계기가 되었다, 첨단기술을 공부하면서 늘 무언가 부족한 생각이 들었는데 화려한 기술을 채우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 교육의 미래가 융복합에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기 분야 속에 갇혀서 꼼짝도 하지 않는 교수가 허다한데, 학생은 어느새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어디 있던가. 서로 어울리고 섞이면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살림살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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