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감원장 낙마하자 금감원이 해당 은행 보복 조사

조선일보
입력 2018.03.14 03:18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 청탁 의혹으로 퇴진하자마자 금감원이 13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해 초고강도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3개 반, 20명 내외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 최 전 원장의 청탁 의혹이 있었던 2013년 신입사원 채용 현황에 대해 3주간 검사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인력·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히 조사하겠다"며 "감독 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은행이 금융 당국에 덤벼들었으니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과 최 전 금감원장은 김 회장 3연임을 놓고 충돌해왔다. 최 금융위원장은 최 전 원장의 채용 청탁 보도와 관련 "(하나은행) 경영진도 (언론에)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게 일반적 추론"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측이 언론에 제보해 금감원장을 낙마시켰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 조사는 김정태 회장 주변의 비위를 찾아내 보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최흥식 전 원장이 했다는 채용 추천이 당시의 내부 관행이어서 큰 문제의식 없이 이뤄졌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은행 채용 청탁을 조사한 기관의 장(長)이 자신도 그 은행 재직 시절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면 금융 당국은 일단 자숙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지 않고 곧바로 보복에 나서는 것은 법에 의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제쳐놓고 하나은행 내부 제보라고 단정하는 근거가 뭔가. 특히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이 이렇게 특정 은행에 대해 사감(私感)과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감독 당국의 장(長)으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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