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北 정상회담 직전 틸러슨 경질, 美 행정부 정상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8.03.14 03:20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폼페이오 CIA 국장을 후임에 지명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제 외에도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 번영'을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발족하는 남북정상회담준비위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10·4 선언 이행'을 중요한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한다. 노무현·김정일 10·4 선언엔 서해 NLL(북방한계선) 무력화 논란을 야기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포함돼 있다. 미국, 한국 모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얻게 될 보상 문제는 자연스레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이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시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오로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것이며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북은 핵 문제는 미국과 협상하고 한국과는 경제 지원 문제만 논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이 '핵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에게는 '비핵화를 하겠다'는 원론적 언급만 하고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흐트러뜨릴 전략에 주력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북의 이런 전략에 호응하게 되면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 결과적으로 북핵 폐기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북은 한 달 간격으로 열리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경쟁시켜가며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다. 북이 핵 폐기 외에 다른 출구가 없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려면 남북 정상회담에서부터 비핵화 단일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북이 핵을 버릴 경우에 펼쳐질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되 모든 것은 핵 폐기와 그 이후 대북 제재가 해제된 뒤의 문제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핵화에만 집중해도 다음 달 정상회담 때까지 제대로 된 로드맵을 만들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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