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환 D-1] 1년 전 박근혜 때는 ‘난리’였는데...한산한 MB 자택

입력 2018.03.13 17:11 | 수정 2018.03.13 22:48

13일 오전,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주변은 적막했다. ‘MB구속’이라는 피켓을 든 시위자 두 명이 서 있을 뿐이었다.
14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장면을 포착하기 위한 방송 카메라 4대가 없었더라면, ‘소환 전날’이라는 사실도 떠오르지 않는 풍경이다. 경찰이 ‘통행로 확보용’ 철제 펜스를 세우고 있는 것 외에 특이사항은 없었다. 자택 경비를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원들은 여느 때처럼 근무를 서고 있었다.
검찰 소환 전후로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자택 주변에 따로 신고된 집회도 없다. 1인 시위를 하던 한정혜(46)씨는 “167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데, 그간 우리 외에는 집회·시위하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하루 전날인 지난해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모습(위 사진)과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 모습./연합뉴스, 김명진 기자


◇1년 전 박근혜 소환 때는 ‘난리’였는데...한산한 MB 자택
14일 이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중 다섯 번째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소환 하루 전 자택 풍경은 지난해 3월 10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뭇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첫 소환된 것은 탄핵 결정 이후 11일 만인 지난해 3월 21일이다.
검찰 소환 하루 전인 지난해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 골목은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밤이 깊도록 동네가 떠나갈 듯 “박근혜 대통령 무죄!” “구속 불가!” 구호를 외쳤다. 인접한 삼릉초등학교 학부모 70여 명이 “지지자들의 집회로부터 아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지켜달라”고 ‘맞불 집회’를 개최할 정도로 박 전 대통령 탄핵 판결 이후 삼성동 골목은 뜨거웠다. 취재진도 소환 하루 전날 골목에서 진을 쳤고, 측근들이 자택으로 들어갈 때마다 속보를 냈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서 벌어질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6개 중대 500여 명을 배치했다.
◇팬덤 없는 MB...박 전 대통령과는 ‘정치적 상징성’ 달라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 꼭 한 해 만에 이렇게 다른 까닭은 뭘까. 정치권에서는 ①두 사람이 갖는 상징성을 이유로 꼽는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견고한 열혈 지지층을 가진 데 반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박정희’로부터 보수 적통을 이어받았다면, 이 전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살려달라는 시대 정신이 낳은 인물이어서 팬덤(fandom)의 결집력과 관심도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②‘소환 시점’이 이런 차이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직전까지 살아 있는 권력이었습니다. 탄핵된 지 불과 열흘 만에 검찰에 불려갔기 때문에 지지자들이 자택 앞으로 달려갔고, 국민적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환 시점’을 의미 있게 봤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3월 10일)된 지 약 열흘 만에 검찰에 소환됐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6년이나 지났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근처에서 한 의경 대원이 경비 근무를 서고 있다./김명진 기자
③‘국민의 피로감’도 원인으로 꼽혔다. 박 전 대통령 소환 이후, ‘적폐 수사’가 일 년 가량 이어지며 국민이 이런 뉴스에 반응하는 걸 지쳐 한다는 분석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 일년 가까이 ‘적폐청산’ 뉴스를 접한 대다수 국민은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을 짐작하고 있었다”면서 “예상 가능한 수사의 수순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지지세력도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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