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하자면서 국회 강하게 비판한 文대통령

입력 2018.03.13 15:30 | 수정 2018.03.13 17:43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정해구 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개헌안 처리의 필수 관문인 국회에 대해 ‘국민 불신이 크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회를 설득해야할 순간 오히려 국회를 자극한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2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평화당 및 정의당 등을 범여권으로 분류해도 국회내 여권 의석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여권이 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을 반드시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불신’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국회를 자극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에 ‘개헌’ 아닌 또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위원장 정해구) 관계자들을 초청해 개헌 자문안을 전달받고 오찬을 함께 한 뒤 “지금 국회와 지방정부, 지방의회, 정당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들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때문에 저는 지금 단계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고 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 하더라도 최대한 국회 쪽에 많은 권한을 넘겨서 국회의 견제 감시권을 높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조차도 좀처럼 국민들이 동의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런 것을 감안해서 나중에 개헌 발의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시기와 관련 대통령 및 지방정부·의회의 선거주기를 맞춰 정치체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만약에 채택이 된다면 지금 대통령하고 지방정부하고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정부의 임기를 약간만 조정해서 맞춘다면, 그러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임기기간 중에 3번의 전국 선거가 주는 국력의 낭비라는 것이 굉장한데 개헌을 하면 그 선거를 2번으로 줄이게 되고,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식의 선거체제 정치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자문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며 “부칙이 하나하나 시행시기를 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맞추어놓고 보면 그런 시행을 위해서라도 이번 시기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아주 강하게 설명되어야 된다. 그런 면에서 부칙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오찬 모두발언에서도 국회와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은 헌법 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외쳤던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을 하자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이 함께했던 대국민 약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회가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1년이 넘도록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더 나아가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개헌 준비마저도 비난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 있는 정치적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대통령 약속이자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며 국민 세금을 아끼는 길”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대 국회에서 개헌의 기회와 동력을 다시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과 외교, 안보 등 풀어나가야 할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언제까지나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모든 것을 합의할 수 없다면 합의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헌법을 개정하여 정치권이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개헌을 국회가 주도하고 싶다면 말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해 나가겠다”며 “대통령의 개헌안을 조기에 확정하여 국회와 협의하고, 국회의 개헌발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며 “이 마지막 계기마저 놓친다면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3월 21일을 발의시한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때까지할 것으로 본다”며 “최종 판단은 국회상황과 대통령의 결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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