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상담소] 놓친 인연을 되찾는 가장 근사한 방법 (feat.라라랜드 & 어바웃 타임)

입력 2018.03.13 11:42 | 수정 2018.03.13 14:52

“첫눈에 반한 사람이 생겼어요. 그와 잘되고 싶어요”
“바보 같은 실수로 연인과 헤어졌어요. 다시 만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연애 상담을 부탁하는 경우는 대개 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 출발선은 다르지만 모두 ‘사랑의 시작’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하나의 이야기에 두 시작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영화 ‘어바웃타임’과 ‘라라랜드’는 사랑의 시작선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비슷한 처방전을 들고 찾아온다.
어바웃타임의 남자 주인공 팀은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숙맥이다. 호감 가는 여자를 만나도 그의 서툰 말과 행동이 ‘썸’을 망쳤다. 그럴 때마다 집안의 특별한 내력인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교정했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이성을 대하는 일이 능숙해질 무렵, 런던의 한 식당에서 운명의 여인 메리를 만난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그녀와 같은 테이블에 동석하게 된 건 순전히 ‘운’이었다. 만나서 나눴던 대화가 잘 통했던 것 역시 그들의 유머코드와 관심사가 ‘우연히’ 겹쳤기 때문이다.

영화 어바웃타임 스틸컷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 배우 지망생 미아는 길을 걷다 한 식당에서 흘러나온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감미로운 연주의 진원지를 찾아간 미아는 그곳에서 세바스찬을 만났다. 그 남자의 옷차림, 생김새, 피아노 연주 실력 모든 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후 파티에서 다시 만난 세바스찬은 식당에서와 달리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마저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꽉 막힌 도로에서 시비가 붙은 첫 만남을 포함하면, 두 사람은 무려 세 번이나 만날 수 있는 ‘운’이 있었다. 또한 어바웃타임과 마찬가지로, 세바스찬과 미아가 서로에게서 발견한 매력에 작위성은 없었다. 타고난 생김새와 성격, 그리고 각자가 품었던 꿈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었다.
처음 본 이성의 호감을 얻고 싶다는 첫 번째 고민에 두 영화가 내놓은 답은, 낭만적인 포장지에 감춰진 쌉싸름한 다크초콜릿이다. ‘사랑의 시작은 철저히 운’이라는 것. 이 명제는 현실에서도, 판타지 세계인 영화조차 ‘참’이다. 기막힌 타이밍에 우연한 장소에서의 만남. 타고난 내 생김새가, 내 성격이, 내 목소리와 말투가, 내가 하는 일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그/그녀의 콩깍지. 로맨틱한 말이지만, 애석하게도 이곳에 노력이 자리할 틈은 없다. 억지를 부리면 되레 불편만 가져올 뿐이니까. 이는, 당신이 사랑에 실패하더라도 ‘무언가를 실수해서 혹은 노력이 충분치 않아서’라는 자책은 하지말라는 위로이기도 하다.

어바웃타임 예고편 캡처
운명의 허락을 받고 시작한 사랑일지라도 우리의 감정은 너무도 연약해서, 작은 실수에도 관계를 깨뜨릴 만큼 큰 균열이 발생한다. 이때 두 번째 고민이 고개를 든다. 첫 번째 고민과 달리 우리의 노력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메리와 애프터 약속을 받아낸 팀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하며 집에 도착한다. 그때, 정반대의 얼굴을 하고있는 집주인 해리(아버지의 친구)가 보인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연극에서 대사를 까먹어 무대를 망쳤다는 해리를 위해 팀은 시간을 과거로 돌린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돌아간 시공간 속에선 메리의 흔적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만났던 장소에 똑같은 날짜와 시간을 맞춰 그녀를 찾아갔지만 허탕이었다. 이대로 운명의 여인을 영영 놓치게 되는 걸까? 첫 만남만큼이나 엄청난 ‘운’이 다시 필요해진 순간, 팀의 뇌리를 스치는 한 마디. “전 케이트 모스를 좋아해요. 모든 전시회를 다 가볼 만큼”
곧장 케이트 모스 전시장으로 향하는 팀. 전시 기간 내내 입구에서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혹은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그녀를 기다렸다. 찰나의 공백에 그녀를 놓칠까 봐 잠시도 쉬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둘은 기적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연거푸 오디션에 낙방한 미아는 답답한 마음에 1인극을 기획했으나 그마저도 흥행에 실패한다. 자리를 뜨면서 거친 비난을 쏟아낸 관객들은 미아의 자존감을 바닥 치게 만들었다. 남자친구의 응원과 위로가 절실했지만, 세바스찬은 바쁜 밴드활동으로 그녀가 가장 필요한 순간,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점점 멀어지는 꿈에 지치고, 사랑에 실망한 미아는 모든 연락을 끊고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잠적한다. 마치 시간 여행으로 메리의 흔적을 모두 잃어버린 팀처럼, 세바스찬은 황량한 별들의 도시에서 사랑을 잃었다. 깨진 관계를 회복하고 또 다른 도전(오디션 기회)을 응원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나선 세바스찬. 미아의 고향집 주소도, 전화번호도 없다. 이번에도 ‘될 사람은 어떻게든 된다’는 막연한 운명에만 기대고 있어야 할까.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예전에 내가 살았던 집에선 볼더시티 도서관이 보였어”
수개월 전 미아가 스치면 했던 말을 내비게이션 삼아, LA에서 볼더시티까지 수 시간을 차로 내달린 세바스찬. 과거 그녀와 데이트를 할 때면 집에 있던 그녀를 불러내던 둘만의 신호인 자동차 클락션을 힘껏 눌러본다. 볼더시티 도서관 앞에서 울려 퍼지는 절실한 외침이 미아에게 전해진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간절한 순간 떠오른 기억이 끊어진 운명을 다시 이었다. 기억은 피사체를 향한 애정의 깊이에 비례한다. 좋아한 만큼 경청했고 머리와 마음에 새겼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기억하고 행동하라. ‘운명을 가장한 노력’은 첫 만남의 기적을 다시 허락할지도 모르니까.” 영화 속 주인공들은 두 번째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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