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조율 못하고… '공원추진委' 8개 기관 사안마다 충돌

입력 2018.03.13 03:17

[밑그림도 없는 용산공원] [上] 부처간 갈등에 2년째 표류

국립문학관 건립·기지오염 정화… 서울시·시민단체와도 번번이 마찰
"국토부 컨트롤 타워 기능 상실, 총리실 산하에 새 기구 만들어야"

미군이 빠져나간 용산 기지 터는 '공원으로 만든다'는 합의 외에는 정해진 계획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미군 철수 후 수년간 용산 기지가 '금단의 폐허'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용산국가공원 추진위원회'에는 국토교통부(위원장 장관) 외에 기획재정부(이하 차관급),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서울시, 국무조정실 등 8개 기관이 들어가 있다. 해당 기관 사이에선 "국토부가 컨트롤 타워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총리실처럼 국토부보다 상위 기구를 통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부처 눈치 보는 국토부

시민들은 올해 말 미군 기지가 이전하고 나면 곧바로 용산공원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정부는 "미군 기지가 이전하고 나면 부분적으로라도 공원을 시민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은 다르다. 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른 기지 조사와 토양오염 등 환경 조사 절차가 남아 있어 개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전경. 2016년 7월에 촬영한 모습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올해 말 모두 이전 예정이지만, 용산국가공원 조성계획은 2년째 백지상태다. 메인포스트에는 아직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남아 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전경. 2016년 7월에 촬영한 모습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올해 말 모두 이전 예정이지만, 용산국가공원 조성계획은 2년째 백지상태다. 메인포스트에는 아직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남아 있다. /이종렬 객원기자
용산공원 조성이 진통을 겪는 것은 기관별 의견이 전혀 조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와 정부 부처 간 갈등은 답보 상태다. 대표적 사례가 문체부가 추진하는 용산가족공원 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문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2021년까지 예산 600억원을 들여 국립중앙박물관 옆 문체부 부지(용산가족공원)에 한국문학관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종합 계획을 먼저 세우고 나서 건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에선 "문학진흥법에 따라 문학계 의견도 수렴해 선정한 곳이라 철회하기 어렵다"고 한다.

드래곤힐호텔(미군 호텔)과 출입·방호 시설 등 공원 내 미군 잔류 시설에 대한 찬반도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국가 공원 내에 미군 시설이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미군과 협상하는 국방부는 "미군 잔류 시설은 한·미 정부 간 합의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부처 간 조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미군 기지 이전이 끝나도 공원이 시민에 개방되기까지는 4~5년이 더 걸린다. 미군 기지 이전 후 환경부와 미군이 SOFA 환경 분과위원회를 열어 기지 내 토양오염 등 환경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 절차가 마무리돼야 기지 반환이 최종 승인된다. 서울시와 일부 시민단체는 "용산 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는 오염을 일으킨 미군에서 조사하고 비용도 모두 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군과 협상을 맡은 환경부에선 "비용 협상이 길어지면서 오염이 방치되면 국익이나 환경 영향성 측면에서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민 의견 수렴한다더니

국토부는 지난해 공개 세미나인 '라운드 테이블'을 8회 열었고, 연말에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를 보면 '생태 공원이 좋다''역사적 가치를 보존하자' '시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등 종전 주장이 반복된다. 보고서 내용이 공원 조성 계획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컨트롤 타워가 다른 부처로 넘어갈 때까지 홍보성 행사만 개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원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 시민의 관심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산공원 토론회에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던 신주백 연세대 인문한국(HK) 연구교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이 절실한데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진영 국회의원은 "국토부에 맡겨놔선 진행이 안 되니 국무총리실에서 위원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 떠나는 용산 기지… 이대로 가면 '용산 공터'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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