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야유 쏟아지자 "지금은 나이스해야" 만류

입력 2018.03.13 03:03

[한반도 '격동의 봄']
유세장서 지지자들 자제시켜… 美·北 대화국면 안 깨려 조심

"北, 구체적 조치 없인 안 만날 것" 백악관대변인 발언에 혼선 일자
CIA국장·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회담 추가 조건 없다" 논란 차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10~11일(현지 시각) 일제히 미·북 정상회담 추진을 옹호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회담 성사와 관련한 '전제 조건' 논란을 차단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회담은 진행한다는 방향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기조의 중심을 먼저 잡았다.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밤(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하원의원 선거 지원유세 연설에서 '김정은'을 언급할 때 청중이 수차례 야유를 보내자 이를 만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 만남 이후엔 그래도 되지만 지금은 매우 나이스(nice)해야 한다"고 했다. 정상회담은 하고 나서 보자는 뜻이었다.

이튿날인 11일엔 트럼프의 참모들도 일제히 회담 추진에 힘을 실었다. 지난 9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을 회담의 전제 조건처럼 이야기하면서 생긴 혼선을 수습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북한과의 협상을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대화를 위한 추가 조건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화의 전제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용인하고, 비핵화를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그래서 전제 조건이 뭐냐'고 다시 묻자 "금방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금방 말한' 세 가지는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게 수용하겠다고 이미 밝힌 내용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전제 조건은 없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인가'란 물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수차례 북한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충동적으로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연극을 하려고 이것(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고, 회담이 성사될 때까지는 이것이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실제 회담할 확률이 50% 아래'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조건을 맞추는 한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누가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공개적 반대 불표명이 전제 조건이고, 이 외에 추가적 조건이 규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날 오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북한 관련 질문을 하자 "그에 대해선 일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만큼 예민하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발언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회담 성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모를 언급을 자제한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공화)은 이날 "정상회담 전 북한이 과거 비핵화 관련 합의들을 먼저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민주)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벤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이(정상회담)는 부동산 거래나 리얼리티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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