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충 만들고 자랑만 한 환경부 '초록누리'

입력 2018.03.13 03:03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12일 오전 한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초록누리'가 올랐다. 클릭해보니 반응이 싸늘하다. '초록누리 정말 대충 만들었네요' '초록누리에서 찾을 수 있다더니…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요'….

'초록누리'(ecolife.me.go.kr)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생활환경 안전 정보 포털 사이트다. 2016년 말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4744개 제품, 4995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정리·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화학물질 문제가 불거질 때 주목받는 사이트인데, 이날이 그런 경우였다.

전날 환경부는 시판 중인 세정제·탈취제 중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한 제품 53개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문제 제품 중 12개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으로 지목됐던 PHMG·MIT 등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판매 금지 제품 목록을 초록누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12일 이 사이트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방문자가 급증했지만 신규 판매 금지 제품 목록을 첫 화면에 게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언론 등을 통해 접한 문제 제품 이름을 직접 검색하거나 공지 사항에서 별도 파일을 열어 봐야 했다. 판매 금지 제품을 검색해도 검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쉽게 확인할 수 없었다. 급기야 '회수 명령 대상 제품을 확인하러 오신 분들 (이 글에서) 확인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첨부 파일과 함께 등장했다. 사용자들이 자구책을 찾은 셈이다.

항의가 이어지자 환경부는 오후 4시쯤에야 판매 금지 제품 목록에 대한 팝업창을 띄웠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정보를 공개한 건데…"라고 했다. 지난 2012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많은 국민이 '케미포비아(생활 화학제품을 꺼리는 현상)'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아직도 국민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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