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勞공약' 일사천리… 使가 원하는 '호봉제 개편'은 연기

조선일보
  • 곽수근 기자
    입력 2018.03.13 03:03 | 수정 2018.03.13 08:13

    ['직무급 도입' 노동계 반발에 세차례 지연… 대선 공약 엇박자]

    호봉제→직무급 논의도 못해… 노동계 "하향평준화다" 큰 반발
    6월 지방선거 있어 또 미뤄질수도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 관련 대선 공약 중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은 일사천리로 진행 중인 반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직무급 도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체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가, '직무급 도입'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은 경영계가 원한 것이다.

    직무급은 나이·성별·학력 등에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급여를 주는 임금 체계로,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 부작용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현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핵심 요건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초 직무급을 공공 부문에 먼저 도입해 민간 분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 반발에 막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무급 도입 논의 세 차례나 연기

    정부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에게 적용할 '표준 임금 체계'를 지난해 10월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임금 체계 공개를 작년 12월로 한 차례 연기하더니 여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동계와 논의해온 표준 임금 체계안은 호봉제 대신 직무급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청소(3만4017명), 시설 관리(2만3109명), 사무 보조(1만8668명), 경비(1만7999명), 조리(6537명) 등 5개 직종(10만330명)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 절반쯤의 규모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직무 난이도에 따라 직무 등급을 1~5단계로 구분한 뒤 다시 각 직무 등급 안에서 업무 숙련도에 따라 승급 단계를 6단계로 나눴다. 예를 들어, 사무 보조의 경우 단순 사무는 직무 등급 1, 일반 사무 2, 행정 사무 3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각 직무 등급 내에서 승급은 6단계까지 가능하며 단계별 소요 연수는 2~4년이다. 기존 호봉제의 임금 상승 단계가 최대 30단계 안팎인 것에 비해 단순화한 것이다.

    정부가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공공 기관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행정안전부와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호봉제를 적용 중인 시·도 시설 분야 무기계약직의 경우 최고 임금(월 373만원·서울)과 최저 임금(194만원·충남) 차이가 179만원에 이른다. 청소(최고 277만원·최저 184만원), 도로 정비(최고 373만원·최저 184만원) 등 분야도 자치단체별 임금 격차가 크다.

    ◇노동계 반발에 논의 제자리

    노동계는 표준 임금 체계안이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을 기준 임금으로 삼은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마련한 표준 직무급은 노동자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위해 설계된 것으로 '최저임금 직무급제'와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도 "직무급 적용 대상인 5개 직종의 가치를 심각하게 폄훼하는 것으로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호봉제 대신 직무급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 노동계를 설득해 표준 임금 체계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규직 전환 등에 소극적인 지방자치단체가 직무급 도입 논의를 계속 미루고, 정부도 노동계 눈치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수근 한양대 교수는 "직무급 도입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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