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받고 덮었나… '에이스 검사' 3년전 성범죄 미스터리

조선일보
  • 박국희 기자
    입력 2018.03.13 03:03 | 수정 2018.03.13 11:36

    [이슈 파헤치기] 회식 때 후배 여검사 강제추행 의혹… 검찰, 전직 검사 소환

    당시 피해자가 수사 원치 않아 검찰내 조사·징계 없이 일단락
    친고죄 폐지돼 수사 가능했던 시점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지만 '제식구 감싸기' 비판 피하기 힘들어

    검찰의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은 12일 전직 대기업 임원 진모(41)씨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3년 전 그가 검사로 있을 때 후배 여검사에 대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당시 이 사건은 그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는 선에서 정리됐다. 형사 처벌은 물론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그렇게 묻혔던 사건이 '미투'를 계기로 3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2015년 무슨 일이…

    사건이 벌어진 건 그가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2015년 4월 무렵이었다. 회식 자리가 끝난 뒤 그가 술에 취한 여검사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안팎으로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피해 여검사는 그 일이 사건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신상이 드러나고 검찰 조직 안팎에서 2차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말이 나왔다. 법조인인 그의 남편 역시 수사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씨는 검찰에서 꽤 '잘나가던' 검사였다. 결국 검찰은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 대신 진씨가 그해 5월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징계도 받지 않았다.

    ◇검찰 처분은 정당했나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 규정이 폐지된 것은 2013년 6월이다. 이 사건은 그 이후 발생했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친고죄 폐지는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하는 것일 뿐 피해자 의사에 반(反)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목격자가 있거나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수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강제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밀하게 벌어진 성범죄는 피해자가 진술하지 않으면 한쪽 말만 듣고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검찰이 상황을 봐서 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점에서 당시 검찰이 그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을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당수 법조계 인사도 그런 측면은 인정한다. "성범죄는 우선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사안별로 검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내부 징계 절차도 밟지 않고 사표만 받은 것에 대해선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온다. 진씨는 꽤 이름난 법조인 집안 출신이다. 그런 배경이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앞으로 수사는 가능한가

    진씨는 그 사건 후 변호사 등록 신청을 냈다가 자진 철회한 뒤 2015년 말 대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그렇게 잊혔던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1월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면서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공개하면서다. 진씨 사건을 두고 한 말이었다. 검찰 진상조사단은 진씨에게 입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이를 거부하던 그는 검찰이 '입국 시 통보 및 출국 금지' 조치까지 내리자 지난 6일 회사에 사표를 내고 11일 귀국했다.

    검찰은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 여검사 입장도 다소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피해자가 수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피해자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한다. 나중에 재판을 하더라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이 사건을 쉬쉬해왔다. 3년 묵은 검찰의 치부가 이번에 드러날지 주목된다. 진씨는 또 다른 여검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혹들이 묻히는 데 어떤 '배경'이 작용했다면 사건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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