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전 14기… 돌고돌아 21년 만에 이뤄낸 프로의 꿈

입력 2018.03.13 03:03

[화요바둑]

33세 최고령 여성 입단 도은교, 中 3때 중단… 14년 후 재도전
띠동갑 후배들 틈에서 뜻 이뤄 "엄마께 감사… 타이틀 따겠다"

입단에 성공한 도은교는 “이번에 실패하면 내년에도 도전할 생각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입단에 성공한 도은교는 “이번에 실패하면 내년에도 도전할 생각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홍렬 기자
도은교는 초등 6학년 때인 97년 처음 입단 대회에 나가 5승2패로 탈락했다. 85년생 동갑 조혜연(6승1패)에 밀렸다. 그리고 21년이 흘렀다. 한국 여자 간판으로 성장한 조혜연이 시니어 대회에도 출전 중인 상황에서 도은교가 지난 주말 입단했다. 32세7개월, 우리식 나이 서른넷의 프로 진출은 만화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다. 첫 도전 21년 만에 뜻을 이룬 그녀는 역대 여성 최고령 초단이 됐다.

바둑 이력서도 당연히 파란만장하다. 만 9세(초등 3년) 때 처음 돌을 잡은 뒤 97년 세계여자아마선수권대회(대한생명배)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으나 입단은 매번 간발의 차이로 빗나갔다. 중3(2000년) 때까지 일곱 번을 내리 실패했다. 때마침 가세가 기울면서 엄마는 바둑을 접을 것을 권유했다. 그녀의 1차 입단 노크는 그렇게 끝났다.

학업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죽어라 공부한 결과 고교 진학 후 전교 3등까지 올라갔다. 연세대 수학과에 합격했고, 졸업 후 대형 증권회사에 취업했다. "웬만큼 이루고 보니 내가 가장 행복하고 인정받았던 분야는 바둑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3년 반 만에 사표를 내고 바둑TV 캐스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론 채워지지 않았다. 도장에 나가 다시 바둑돌을 잡았다.

도은교가 또 입단 준비를 시작했다고 소문이 났다. "기왕 그렇게 알려진 김에 진짜 재도전키로 했죠." 서른이 코앞이던 그녀에게 입단의 벽은 높았다. 실패가 거듭됐지만 특유의 오기로 버텼다. 지난해 아마 여류국수전서 세 번째 우승하며 유력 입단 후보로 떠오르더니 이번에 기어이 꿈을 이뤘다. 2014년 8월 시작된 '2차 입단 도전' 7번째, 1차를 포함하면 무려 14번째 만이었다.

입단 결정 직후 언니가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가족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마침 화장실에 있던 때라 마음 놓고 펑펑 울었어요." '도은교의 눈물'은 바둑팬들에겐 이미 익숙하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3연패 후 1승을 올린 순간 TV 진행을 맡았던 그녀가 대성통곡했던 2년 전 장면 얘기다.

"그날도 이세돌 사범이 인공지능을 못 이긴다는 분위기였죠. 나이 때문에 이제는 아무리 도전해도 입단이 불가능할 것이란 소리를 듣던 제 처지와 비슷했어요. 이 9단이 필사적으로 싸워 승리한 순간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만 방송 사고를(웃음)…."

딸의 줄기찬 입단 도전을 지켜보면서 엄마는 여러 번 미안하다고 했다.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만들어 주셨으니 감사하죠." 인터뷰 도중 엄마로부터 카톡이 도착했다. 도은교가 내민 휴대전화엔 이런 문자가 떴다. '은교야. 엄마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고맙고 기쁘다. 장하다, 우리 막내딸!'

20년 '지각 출발'에도 도은교의 도전 정신은 여전하다. "지금도 실력이 계속 늘고 있다. 한계를 느낄 때까지 계속 공부해 타이틀도 한두 개 따고 싶다"고 했다. 띠동갑도 안 되는 소녀들 틈에서 경쟁하다 보니 자신도 젊어진 느낌이란다. 33세 신참 초단이 그려낼 바둑 인생 3막도 어째 심상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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