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잠겨있는 세상, 영화로 보여주고 싶어"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18.03.13 03:03

    영화 '플로리다…' 숀 베이커 감독, 빈민층 사는 세상 그리며 흥행

    "제 영화 8할은 캐스팅에 의존합니다. 신선하고 강렬한 사람을 찾기 위해 항상 애써요. 때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뒤지고, 유튜브를 찾아 헤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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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촬영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숀 베이커(왼쪽) 감독과 조연으로 출연한 윌럼 더포. /오드

    숀 베이커(47)는 묻힌 배우를 캐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감독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다. 5일 동안 관객 4만 명을 모은 이 영화는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 '매직 캐슬'에서 빈민층으로 사는 20대 소녀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6세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얘기를 그렸다. 베이커 감독은 비나이트를 인스타그램에서 찾았고, 프린스는 지방으로 오디션을 돌다 만났다. 베이커 감독은 "연기가 능숙한지, 경력이 화려한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해줄 얼굴을 찾아 헤맬 뿐"이라고 했다. 지난 1월 개봉한 '탠저린'을 찍을 때도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트렌스젠더 주인공을 길거리와 오디션에서 찾아냈다. "영화라는 게 결국 사람 얘기니까요. 사람을 캐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죠."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한 그가 들려준 말이다.

    베이커 감독은 최근 할리우드는 물론 유럽 영화계에서도 주목받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날것처럼 싱싱하고 예기치 못한 충돌로 가득 차 있다. 신선한 소재, 낯선 배우, 의외의 문법으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빈민층이 사는 모텔촌, 트랜스젠더끼리의 암투, 80대 할머니와 20대 아가씨의 우정…. 베이커 감독 영화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의 일부를 열어 보인다. 그는 "영화 속 캐릭터가 어디에 살건 어떤 배경을 지녔건 알고 보면 보편적인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트랜스젠더라고 낯선 사람일까요. 모텔촌에서 하루 벌어 사는 엄마는 아이가 불행하길 바랄까요. 색안경을 벗고 보면 결국 다 똑같죠. 세상은 결국 이 모든 사람이 뒤엉켜 만드는 것일 테고요."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6세 때 엄마와 함께 간 도서관에서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본 이후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꿨다. 그는 "미국이 2007~2009년 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 밑바닥 삶을 사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들 얘기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며 "수면 아래 있는 것들을 건져내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머지 세상을 바라봤으면, 영화 한 편을 본 만큼 한 뼘 자라났으면 해요. 영화를 봤는데도 관객이 그대로라면 그 영화는 완성된 게 아닌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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