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2] 미세먼지와 마스크

조선일보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18.03.13 03: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니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펴지며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려 한다. 그러다 이내 화들짝 놀라며 짧은 숨을 몰아쉰다. 요즘 이 땅에 사는 누가 감히 미세먼지를 양껏 들이켜는 객기를 부린단 말인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나는 어느 일간지에 우리가 어느덧 '새우숨'을 쉬며 살고 있다는 글을 실었다.

    '새우숨'이란 몸을 곱송그린 새우등 자세로 잠깐씩 눈을 붙이는 잠을 뜻하는 말인 '새우잠'을 본떠 내가 새로 만든 말이다. 어깨를 쫙 펴고 가슴 깊숙이 '고래숨'을 들이켜는 게 아니라 미세먼지 입자가 행여 허파꽈리에 들어와 박힐까 두려워 짧게 작은 숨을 몰아쉬는 걸 나는 '새우숨'이라 부른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뭐 그리 대단한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이유가 나는 '새우숨'으로 인해 몸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나는 거의 10년째 걸어서 출퇴근한다. 숨이 찰 정도의 속도로 30분쯤 걷는 거리다. 요사이 부쩍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는 마스크를 갖고는 다니지만 좀처럼 쓰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를 지낸 아주대 의대 장재연 교수의 논리에 찬성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나친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KF94 또는 KF99 마스크는 원래 산업용 마스크로 평균 0.4 마이크론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단다. 그러나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높을수록 숨쉬기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참다못해 벗어 던졌다.

    비교적 건강한 나도 이럴진대 심폐 기능이 저조한 환자와 노약자나 임산부는 오죽하랴? 차단 효과는 아마 계측기계에 마스크를 밀착시켜 놓고 측정했을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아무리 꼼꼼히 착용해도 마스크 가장자리로 밀려들어 오는 '고래숨'을 막을 길이 없다. 어쩌면 괜히 숨쉬기만 불편할 뿐 미세먼지는 여전히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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