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살아있는 부처' 시진핑

조선일보
  •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18.03.13 03:16

    1966년 8월 18일 톈안먼 광장은 붉은색 '마오쩌둥 어록'을 손에 든 100만 홍위병들의 광기(狂氣)로 달아올랐다. 그 시절 '마오 어록'은 신혼부부들이 들고 혼인 서약을 할 만큼 신성한 대우를 받았다. 이 책은 성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찍힌 것(60억부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엔 '시진핑 어록'이다. 작년 11월 8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한 날인데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톱으로 '시진핑 어록' 2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내보냈다.

    ▶1937년 이후 마오쩌둥 근거지였던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은 '혁명 성지'로 불린다. 옌안 혁명기념관은 마오가 '야오둥(窯洞)'으로 불리는 토굴 안에서 일하는 모습을 묘사해놨다. 이게 문혁 때인 1969~1976년 시주석이 하방(下放) 생활을 했던 산시성 량자허 마을에도 생겼다. 시 주석이 살았다는 10㎡(약 3평) 남짓한 야오둥을 보려고 인구 400여 명 마을에 연간 10만명 이상이 몰린다.

    ▶'허삼관 매혈기'를 쓴 중국 소설가 위화는 책에서 "문혁 시기 영수(領袖)라는 칭호는 마오의 대명사였다. 꿈속에서라도 자신을 영수라고 말하는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인민일보는 지난 1월 15일 기사에서 시 주석을 '영수'라고 불렀다. 덩샤오핑이 개인 우상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 칭호를 금지한 지 40여 년 만이다.

    ▶시 주석 임기 제한을 없앤 개헌안은 찬 2958표, 반 2표로 통과됐다. 가림막도 없는 자리에 앉아 찬반을 표시한 뒤 투표용지를 펴서 집어넣는 '사실상 공개투표'다. 반대 2표가 나온 게 기적이거나 짜고 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중국에선 '시진핑 우상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작년 말 중국 해군은 '영수의 눈빛 아래 항해한다'는 제목의 공연을 했다. 최근에는 시 주석을 '활불(活佛·산 부처)'이라고 부른 당 간부도 등장했다. 시 주석 견제 세력(공청단파) 간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장남까지 시 주석 공적을 찬송하고 나섰다.

    ▶마오가 스스로를 우상화하며 저지른 문혁은 여태까지 중국 인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악몽(트라우마)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50년 전 '죽의 장막' 속에 가려져 있던 폐쇄된 중국이 아니다. 시 주석이 '살아있는 신'으로 밀어붙일 종신 집권 욕망이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에 어떤 혼란을 불러올지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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