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 덕에 빚까지 갚게 된 철도, 1년 만에 철밥통 유턴

조선일보
입력 2018.03.13 03:19 | 수정 2018.03.13 03:48

철도시설공단이 설립 1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이자 비용을 초과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한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과 시설 관리를 맡는다. 부채가 무려 20조원을 넘어 매년 벌어들이는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았다. 그런데 수서고속철도(SRT)가 새로 설립되면서 여기서 받은 선로(線路) 사용료 2810억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존 코레일은 영업 수입의 34%를 선로 사용료로 내지만 SR은 50%를 사용료로 냈다.

SR은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코레일의 방만한 체질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2016년 말 출범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SR은 요금을 10%나 내렸는데도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독점과 철밥통의 대명사였던 코레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레일도 운임의 5~10%를 마일리지로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SR이 특실에서 견과류를 제공하자 코레일도 뒤따랐다. 철도 산업의 효율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고객들은 싼 가격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두 회사를 합쳐 철도 이용객은 전보다 하루 4만명 이상 늘어났다.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꿈도 꿀 수 없었던 변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코레일 사장으로 오자 제일 먼저 이 경쟁 체제부터 없앤다고 한다. SR을 코레일에 통합해 독점 체제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경쟁을 없애면 철도 노조는 편해지고 국민이 누리게 된 요금 인하, 서비스 향상 등 편익은 사라질 것이다.

SR 출범 전인 2016년 1500억원 흑자였던 코레일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전환했다. SR에 알짜 노선을 뺏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강성 노조 주장에 휘둘려 경영이 방만한 데다 서비스 질이 낮아 고객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SR을 없애겠다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 발목을 잡아 철밥통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일 뿐이다.

프랑스는 부채 66조원을 안고서도 특혜를 누려온 국영철도공사(SNCF) 개혁을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일본은 30년 전 국철 민영화 조치 이후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여왔다. 우리 철도는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철도 개혁을 좌절시키려고 한다. 국민과 고객이 아니라 귀족 강성 노조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