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日시골… 멧돼지가 접수

조선일보
  • 최은경 기자
    입력 2018.03.12 03:03

    고령화로 쇠락한 마을 곳곳 공략, 급속도로 번식… 25년새 4배 늘어

    급속한 고령화로 일본의 지방 마을이 쇠락하면서 급증한 멧돼지로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고령화는 멧돼지의 폭발적 증가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나이 든 노인들이 경작을 포기하고 버려둔 논밭은 멧돼지들에겐 숨어 지내기 좋은 서식지가 된다. 여기에 야생동물 수렵 자격을 갖춘 사냥꾼도 고령화되면서, 수렵인구는 50년 전 50만명 수준에서 최근 20만명대로 급락했다.

    일본 동북부 이와테(岩手)현 니시이와이군의 히라이즈미 마을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 농부 누마타 히데오(67)는 "이 동네 최고의 문제점은 멧돼지는 계속 늘어나는데 멧돼지를 쫓아낼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히라이즈미 마을 인구가 7800여명에 불과한데, 농부 대부분이 60~80대 노인이어서 멧돼지를 상대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반면 멧돼지는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한다. 1년 평균 4.5마리의 새끼를 낳고, 새끼들도 2년만 지나면 번식이 가능하다.

    일본 환경성의 2015년 발표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서식 중인 멧돼지 개체수는 94만마리로 추정된다. 1989년 25만마리에서 25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후쿠시마현 일부 지역은 아예 '멧돼지 마을'이 됐다. 사람이 남겨둔 거처나 먹을 것 덕분에 급속히 번식한 것이다. 멧돼지로 인한 농가 피해액은 매년 50억엔(약 500억원)을 넘는다.

    멧돼지가 급증하다 보니 최근엔 농가뿐 아니라 학교와 대형 쇼핑몰 등 도심 지역에도 자주 출몰한다. 관광객이 많은 교토(京都)만 해도 지난해 1년 동안 유명 관광지나 고급 호텔 로비, 대학 기숙사 등지에 멧돼지가 약 10차례나 출몰했다. 일본 정부는 수렵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멧돼지를 이용한 요리 개발도 지원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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