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다른 세계 도착한 것만 같아"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3.12 03:03

    르 클레지오, '빛나' 佛 출간 앞두고 인사동 등 소설 속 장소 산책 여행

    10일 창덕궁 부용지(芙蓉池) 앞의 르 클레지오.
    10일 창덕궁 부용지(芙蓉池) 앞의 르 클레지오. /이태경 기자
    "창덕궁에 올 때마다 놀란다. 대도심 한가운데 이런 고요가 존재하다니."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인 지한파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78)가 3개월 만에 다시 서울을 찾았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의 28일 프랑스 출간을 앞두고, 소설 속 실제 장소를 둘러보는 산책 여행을 위해 프랑스 출판사·서점 관계자와 기자단 10명을 이끌고 동행했다. 소설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먼저 발간됐다.

    10일 오전 8시 한국 땅을 밟은 르 클레지오는 짐을 풀자마자 곧장 서울을 누비기 시작했다. 행선지는 종로. '비둘기 두 마리는 인사동을 향해, 그리고 창덕궁과 창경궁 정원을 향해 날아간다. … 나무와 꽃향기가 진동한다.' 창덕궁은 서울 전경을 묘사하는 초반부, 인사동은 전라도에서 상경한 열아홉 살 주인공 빛나가 이사한 마지막 터전으로 등장한다. 그는 "서울은 그 자체로 한국을 설명하는 뿌리 깊은 역사다. 곳곳을 거닐다 보면 서울이 버텨온 긴 시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식후경은 예외가 아니어서 인사동 한정식집에 먼저 들렀다. "한식(韓食)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2001년 처음 방한한 르 클레지오는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냈고, 이후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버스와 지하철로 서울을 탐사했다. "'빛나'는 여행기가 아니다. 내가 살았고 경험한 도시를 빚어낸 글이다. 나는 철학자가 아니다. 느낌을 전달한다. 서울에 대한 새로운 감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프랑스판을 발간하는 프랑스 출판사 '스톡' 마뉘엘 카르카손 대표는 "프랑스 언론이 서울의 정치·경제 소식을 자주 조명하긴 하지만 세계적인 작가가 글로 소개하는 서울은 프랑스 독자에게 더 풍부한 문화적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서울을 무조건 찬미하는 대신 가난한 빛나를 통해 성범죄와 계층 문제 등의 그늘까지 건드린다. 창덕궁 흙길을 걷던 르 클레지오는 "바깥과는 다른 세계, 다른 시간대에 도착한 듯하다"면서 "가끔 너구리를 마주치기도 하는데 이게 참 놀랍고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너구리'를 한국어로 여러 번 발음하며 즐거워했다. 이 소설은 음지와 양지를 넘나드는 너구리와 같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서점 체인 '퓌레 뒤 노르(Furet du Nord)' 피에르 쿠르시에르 대표는 "소설엔 마술적인 수많은 도시의 동작이 담겨 있다"면서 "독자들이 서울이라는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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