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신맛, 입맛 당기네

입력 2018.03.12 03:03

산미 더한 커피·맥주·와인·빵… 천연 효모 덕분에 호감도 상승

신맛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수제맥주업계에서는 산미(酸味)를 강조한 '사워 비어(sour beer)'가 속속 출시되고 와인업계에서 내놓는 '내추럴 와인'은 과일즙에 가깝달 만큼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스페셜티 커피'는 산뜻한 신맛이 커피 품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제빵업계에서는 우리의 술떡과 비슷한 '사워 도우(sour dough)' 빵이 진열대를 장악하고 있다.

신맛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 오미(五味), 즉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 중에서 인간이 선호하는 건 단맛과 짠맛, 감칠맛 세 가지다. 인류는 신맛을 쓴맛처럼 싫어하지는 않지만, 음식이 부패했다는 신호로 민감하게 감지한다.

산뜻한 신맛의 스페셜티 커피를 내리는 모습(왼쪽 사진). 요즘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신맛을 살린 커피가 인기다. 오른쪽 사진은 벨기에 로덴바흐 양조장의 사워비어.
산뜻한 신맛의 스페셜티 커피를 내리는 모습(왼쪽 사진). 요즘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신맛을 살린 커피가 인기다. 오른쪽 사진은 벨기에 로덴바흐 양조장의 사워비어. /이신영 영상미디어기자
식품 전문가들은 "산미가 들어가면 음식 맛을 훨씬 풍부하게 인지하게 된다"고 했다. 커피가 대표적 사례다. 커피평론가 심재범씨는 "커피 맛은 단맛, 쓴맛, 신맛으로 구성된다"며 "달고 쓰던 2차원적 커피 맛에 신맛이 더해지면서 3차원이 되면 훨씬 더 복합적인 맛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호주 음식인류학자 래니 킹스턴은 '완벽한 커피 한 잔'에서 '산미의 균형은 커피에서 어떤 맛이 날지 결정하며, 균형이 잘 잡혀야 커피의 맛이 밋밋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와인 칼럼니스트 양진원씨는 "와인을 산미가 산뜻하게 받쳐줘야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과도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이것만으로는 최근 신맛 인기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감각만으로는 맛의 30% 이상을 설명하기 힘들다"며 "뇌가 특정한 맛이나 음식이 상징하는 가치를 선호함으로써 맛있다고 인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신맛의 인기는 매우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사워 비어나 내추럴 와인, 사워 도우 빵은 인간이 만들어 낸 효모(이스트) 대신 공기 중에 존재하는 야생 효모로 만든다. 만들어 낸 효모를 사용하면 신맛 없이 달고 구수한 맥주와 와인, 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천연 효모는 완벽한 제어가 힘들고, 자연스러운 산미가 생겨나기 쉽다. 최근 들어 '자연산' '천연' '야생'에 가치를 두면서 신맛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맛없다)에서 긍정적(맛있다)으로 바뀌었고, 이와 함께 신맛 나는 음식에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양진원씨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유럽인보다 신맛에 민감하고 덜 좋아한다"며 "내추럴 와인의 한국 내 인기는 의외의 현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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