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1에 100을 때리며 굴종 요구했던 중국

조선일보
  • 조중식 국제부장
    입력 2018.03.12 03:16

    마늘파동 때 일방적 굴종 강요, 사드 때는 불투명·無道한 보복
    韓에 공격적인 중국의 독재화… 1인 '변덕'에 위기 올 수도

    조중식 국제부장
    조중식 국제부장

    1990년대 말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마늘 때문에 국내 마늘 농가들이 비명을 질렀다. 통마늘·깐마늘·절인 마늘이, 국산 마늘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수입돼 들어왔다. 정부는 마늘 농가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2000년 6월 통마늘을 제외한 깐마늘과 절인 마늘에 대해 관세를 크게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대응이 기가 막혔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시켰다. 당시 한국의 중국산 마늘 총수입액은 연간 1000만달러 정도. 그에 비해 한국 전자업체들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출액은 연간 6억7000만달러가 넘었다. '1000만달러'에 대한 대응이 '6억7000만달러'였다.

    중국은 이런 나라다. 국가 간 무역 분쟁에서 보복 조치를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3~4배로 대응하는 것도 과하다 할 수 있다. 중국은 67배로 갚겠다고 했다. 통마늘은 수입 제한 대상이 아니었으니, 실제로는 100배쯤 되갚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 무역 분쟁사(史)에서 이런 예는 없었다. 정상적인 국가 간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굴종을 요구했던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해와 상충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다. 사드 배치 결정 후 내린 한한령(限韓令)과 한국으로의 단체관광객 차단, 중국에 공장을 지은 한국 기업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판매 봉쇄, 롯데마트 영업 정지가 그런 사례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일시에 중국 TV에서 사라졌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영화 제작도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어떤 공식적인 법적·행정적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한한령이라는 건 없다", "민심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단체관광객 차단 때도 똑같았다. 그러나 중국의 그런 민심은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투명성과 합리(合理)가 없다. 어떤 법 절차에 따라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고, 설명도 없다.

    이런 비합리와 불투명성,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폭력적 패권 성향을 드러내는 중국이 1인 독재체제로 변하고 있다. 몇 개의 정치세력이 상호 견제하고 조율하던 집단지도체제는 와해됐다. 시진핑 주석은 경쟁자 없이 당·정·군 3권(權)을 모두 장악했다. 사상은 더 통제하고 있다.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까지 철폐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인구 14억의 지구상 최대·최강의 독재국가 등장은 세계 각국에 큰 리스크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독재는 국가 전체를 한 사람의 견제되지 않는 변덕에 노출한다"고 했다. 잘못된 정책 결정이나 오판에 제동을 걸고 스크린하는 내부 시스템이 약화되기에 그렇다. 독재는 한 사람의 판단과 변덕이 시스템을 압도한다.

    마오쩌둥의 오판과 변덕은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이라는 비극을 낳았지만, 그건 중국 내부에 그쳤었다. 지금 중국은 죽(竹)의 장막을 치고 있던 마오의 시대가 아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군사 대국이다. 한 사람의 오판과 변덕으로 전 세계가 '중국 리스크'에 휩싸일 수 있다는 말이다.

    독재체제는 목적과 효율을 위해 인권과 합리,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의 굴기 과정에서 국가 자원의 계획적인 배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도의 효율성을 보였다. '시진핑 1인 체제'의 중국은 목적을 위한 효율은 더 강조될 것이고, 합리와 정당성은 더 약화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그런 양면성을 가장 가까이서 상대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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