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세기 황제 시진핑의 중국, 폭력적 패권 휘두를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8.03.12 03:20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국가 주석의 10년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의 막이 오른 것이다. 시 주석의 '시진핑 신(新)시대 사상'은 중국 공산당 당헌뿐만 아니라 새 헌법 전문(前文)에도 삽입됐다. 반(反)부패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감찰위가 새 헌법기관으로 신설됨으로써 그의 권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중국 내에서 견제 세력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당 총서기·국가주석·중앙군사위주석을 종신토록 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習) 황제'가 됐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에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 완성을 위해 82세가 되는 2035년까지 집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마오쩌둥 장기 집권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차차기 후계자를 내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등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시진핑은 이를 모두 무너뜨리며 권력을 무한대로 키워나가고 있다. 당과 정부, 군부에서 반대 파벌이 대거 쫓겨나고 시 주석의 측근을 의미하는 시자쥔(習家軍)으로 교체됐다. 중국 인터넷에선 1인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글은 남김없이 삭제되고 있으며 '황제' 등의 단어는 금기어가 됐다. 시곗바늘을 어디까지 거꾸로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과거 중국이 몰락한 수치스러운 역사를 아시아 패권 확립을 통해 씻으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내세우는 중국몽은 과거 '중화 제국(帝國)'의 재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연히 트럼프 미 대통령을 통해 시진핑의 한반도관이 우리에게 알려졌다. 시진핑이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의 역사 인식이며 한반도관이다.

시진핑이 북핵 방어용 사드 문제로 핵 피해국인 한국에 폭력적인 보복을 가하고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푸대접한 것 모두가 한·중 관계를 대등한 주권국가 간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4년 뒤 동계올림픽을 주최하면서 평창올림픽 때 방한(訪韓)은커녕, 중국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인사를 대신 보냈다. 한반도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한반도를 미국과의 패권 경쟁 무대로만 보는 사람이 견제 세력 없이 1인 독재체제를 확립했다는 것은 우리의 외교·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문제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나라다. 전면 침공, 포격, 발포, 충돌을 예사로 감행한다. 그런 나라의 장기 집권 독재자가 자국에 대한 자부심·자존심이 도가 넘을 정도로 강하다. 앞으로 한반도, 센카쿠(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대만 등의 문제에서 시진핑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주시해야 한다. 1인 독재에 대한 중국 내 비판이 커지면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경우도 예상해야 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다른 나라의 내정(內政)으로만 볼 수 없다.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목전에 닥친 심각한 외교 환경 변화다. 시진핑 1인 치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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