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2] 천년의 바람

조선일보
  •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입력 2018.03.12 03:10

    천년의 바람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박재삼(1933~1997)

    커다란 손이, 노동으로 굳은살도 박인 뭉툭한 손가락이 사랑하는 이에게 간지럼 태우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옵니다. 허나 이내 눈이 젖고 맙니다. 끝 모를 깊이에서 저려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손에만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 상처 하나 없이 살아온 손의 사랑만을 아는 당신이라면 영영 모를 세계지요. 그 무뚝뚝하고 깊고 거룩함!

    바위 곁에 구붓한 소나무 한 주 서 있습니다. 바위에 앉아 뻗어나간 소나무 가지들 바라보니 거기 바람이 와서 놉니다. 어디서 난 줄 모를 바람의 손길입니다. 겨울 나느라 수척한 초록을 바람은 와서 깨우고 깨웁니다. 새 초록이 나오도록 그리 합니다.

    봄을 부르는 행복의 애무입니다. 그 가난한 사랑놀이가 천년이나 만년이나 되풀이되어 저토록 지침 없이 어여쁘다면 우리도 따라 되풀이해야 마땅합니다. '이상한 것'에까지 '탐을 내는' 당신, '보아요 보아요' 저 바람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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