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는 왜 의원직까지 던졌을까?

입력 2018.03.11 15:06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에 대한 ‘미투(Me, too)’ 성추행 폭로가 나오자 즉각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민 의원이 “저는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면서도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뽑아든 것에 대해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 “평소 도덕적으로 결벽증이 있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하지만 “단순 개인 성향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다”는 반박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1일 본지 통화에서 “민 의원은 평소 도덕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민감했었다”며 “출판기념회를 열어도 전혀 돈을 받지 않았고, 자가(自家) 없이 전셋집에 사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자신을 민 의원의 아들이라고 밝힌 민모씨는 성추행 의혹을 최초 보도한 한 인터넷 언론사의 홈페이지 기사에 “(아버지는) 도덕적 결벽증이 있는 분”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민씨는 “이런 기사 하나로 어떤 파장이 있는지, 또 무죄로 입증된다 하더라도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남겨지는 것이 이런 기사인데”라며 “한 인간의 노력을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했다. 그는 “의원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죄에 대한 입증’이니 이런 글들이 보인다”며 “의원직 사퇴는 모든 권위에서 나오는 보호를 버리고 진실 공방에 임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당에서도 민 의원 성격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회의원 주민소환제에 찬성하지만, 그 정도 잘못이 아니라면 의원직 사퇴는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할 ‘공적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알려진 것이 잘못의 전부라면 진솔한 사과와 서울시장 후보 사퇴 후 자숙과 봉사가 적절하며 피해자께서도 바라시는 정도의 대처라 생각한다”고 했다. 표 의원은 그러면서도 “민 의원은 본인 자존심만 생각하지 마시고 선출해 주신 지역 주민들과 국회의 현안 등을 두루 살피시고 부디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3선 중진인 민 의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 의원이 서울에서 3선까지 했지만, 당내 정치적 무게나 존재감이 잘 부각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에 서울 시장 경선을 일종의 ‘승부수’로 삼으려 했는데 이번 폭로로 더 이상 정치적 길이 보이지 않아 회의감이 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정말로 잘못한 게 있어서 의원직 사퇴까지 얘기한 게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성추행 관련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또 민 의원이 잘못한 게 없으면서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에게 엄격하다고 주장하며 여성을 노래방으로 불러들여 추행했다는 이중성”이라며 “국민들이 이번 (민주당의 미투 관련) 사건들을 바라보며 역겨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도덕적인 척 이미지로 포장했던 그들의 이중성일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지도부 차원의 만류에 나서면서 민 의원의 사퇴 선언이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야당 관계자는 “12일부터 3월 임시국회에 돌입하면서 본회의를 거쳐야 민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할 수 있게 됐다”며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민 의원이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 유야무야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민 의원 측 관계자는 “부인까지 나서서 ‘의원직 사퇴가 자신에게 엄격함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한 마당에 민 의원이 사퇴를 번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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