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 '사학 스캔들' 국세청장 사임, 재무성 직원 자살

입력 2018.03.10 03:02

[사학 비리 덮으려 문서 조작한 정황 또 드러나… 아사히신문 "문서 2장 통째 누락"]

사학 이사장에 국유지 헐값 매각
문제 덮으려 공문까지 바꿨다면 아베 정권 도덕성에 치명상
관련 문서 담당한 사람들의 사임·자살로 끝날 문제 아냐

아베, 관여한 것 없다고 발뺌하다 여론 역풍에 "빠른 시일내 답변"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위태로운 지경'까지 몰고 갔던 '사학 스캔들'이 다시 심상치 않게 불붙고 있다. 공무원들이 스캔들을 덮기 위해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9일 국세청장이 사임하고 담당 공무원이 목숨을 끊었다.

'아베 사학 스캔들'이란 모리토모학원이라는 극우 사학법인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의 친분을 내세워 국유지를 시가의 8분의 1 가격에 사들였다 들통난 사건이다. 당시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은 초등학교를 새로 짓겠다며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위촉한 뒤 재무성 관리들과 만나 가격 흥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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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국세청장… 그 뒤엔 아베? 아소? - 사가와 노부히사(가운데) 일본 국세청장이 지난해 2월 중의원 회의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가와 청장 뒤에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앉아 있다. 일부 사학 재단이 아베 총리와의 친분으로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였다는‘사학 스캔들’사건 당시 재무성 핵심 실무자였던 사가와 청장은 스캔들을 덮기 위해 공문을 조작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보도되자 9일 전격 사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정권은 이 문제로 작년 한때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다. 내각제인 일본은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지면 총리가 물러난다. 이 상황에서 10월 총선이 다가오자 자민당 안에서도 "지는 건 정해졌고, 얼마나 지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그때까지 정권에 쓴소리 안 하던 자민당 중진들이 너도나도 방송에 나와 아베 총리와 측근들을 비판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하지만 막상 총선에선 예상을 깨고 자민당이 또 압승했다. 안 그래도 약한 야당이 사분오열한 탓이 컸다. 아베 총리의 입지가 다시 공고해지자, 사학 스캔들도 불씨가 꺼져갔다. 그걸 뒤집은 게 지난 2일 아사히신문 특종이었다.

아사히신문은 "국세청이 국유지를 팔 때 작성한 공문과 문제가 된 뒤 국회에 제출한 공문이 서로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어 9일에는 "일부 문구만 사라진 게 아니라 A4 용지 7쪽 분량 중 2쪽 분량이 사라졌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매매계약 맺을 때 쓴 공문에 '계약 경위'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통째로 빠졌다는 기사였다.

아사히뿐 아니라 마이니치신문도 "독자적으로 공문을 입수한 결과, 계약 당시 공문과 국회에 낸 공문이 달랐다"고 보도했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힘이 실리자, 9일 오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寿) 국세청장이 사임했다. 사가와 청장은 매매계약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으로, 관련 공문을 결재했던 인물이다. 사가와 청장 밑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지난 7일 고베시 자택에서 목을 맸다는 사실도 이날 오후 확인됐다.

문제는 실무자가 자살하고 국세청장이 사임하는 선에서 사태가 진정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이 전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베 정권은 도덕적 치명상을 입는다.

재무성은 이미 국유지를 헐값에 팔아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공무원들이 오사카 지검에 줄줄이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공문 조작 혐의까지 겹치면 누가 공문 조작을 지시했는지, 총리 관저가 개입했는지 여부까지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 수 없다. 자민당 안에서도 "최소한 재무성을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사임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일본 국회는 올해 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야당은 중의원(하원)에서도, 참의원(상원)에서도 각각 3분의 1이 채 안 되고, 그마저도 10개 가까운 군소 정당으로 쪼개져 있다. 이들이 모처럼 똘똘 뭉쳐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이 머릿수를 믿고 섣불리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간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처음엔 "관여한 게 없어서 대답할 것도 없다"고 싸늘하게 답했다가, 며칠 만에 "빨리 답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도 여론을 걱정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9일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관련 문서를 전부 보겠다"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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