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끌어낸 '대북 제재'와 '군사 압박' 끝까지 가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18.03.10 03:09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백악관에서 미북 정상회담 합의 소식을 전하며 "한미와 우방국들은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북한이 (비핵화 관련) 발언들을 구체적 행동으로 연결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는 일치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나 (대북) 제재는 합의 도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마디도 더 보탤 것 없이 그대로만 이행하면 된다.

북핵 협상의 역사는 한미의 '실수 반복사(史)'다. 1994년 미국은 북핵 시설 폐쇄도 아닌 동결에 중유(重油)를 매년 50만t 주기로 했고 대북 무역·금융 제재도 줄줄이 풀었다. 북은 중유를 총 400만t 챙기면서 뒤로는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북은 속이고 우리는 속는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번 발표가 과거 한국 햇볕 정권들의 대북 합의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또 속지 않는다' '핵 폐기가 실천될 때까지 제재를 풀지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미·북 정상회담보다 더 핵심일 수 있다. 김정은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낸 것이 바로 제재와 군사 압박이었고, 앞으로 김정은의 기만을 막을 장치도 제재와 군사 압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엔 대북 제재 2321호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배급 시스템이 붕괴된 뒤 북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장마당과, 장마당에서 뇌물을 받아 생활하는 당·군 간부들의 생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에는 이 효과가 거의 태풍 수준으로 북한을 엄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전례 없는 대북 군사 조치 검토는 김정은과 북 정권 집단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아직 북이 무너지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의 진정성은 불확실하다. 어쩌면 김정은 자신도 확신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비핵화 외의 모든 출구를 틀어막고 다른 선택 여지를 주지 않는 방법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실천할 때까지 지금의 대북 경제 제재와 군사 압박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때만 북핵 사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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