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댄스팀… '칼군무'에 전통 춤 섞어 K댄스 붐 일으켜
바디락 대상, '아메리칸 갓 탤런트 시즌12' 준준결승 진출
평창올림픽 개막식서 '도깨비 춤' 선보여

세계 1위 댄스팀 저스트절크. 현재 평균 연령 23세, 13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8년 창단했다.

마이클 잭슨의 춤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아메리칸 갓 탤런트 씹어먹은 한국인들'이라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저스트절크라고 불리는 한국 댄스팀이었다. 붉은 눈화장에 신라 화랑이 입었을 법한 흰 한복 풍의 비단 도복을 입은 청년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춤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너 같은 놈들은 수천 명을 봤다'는 표정으로 가소롭게 웃는 오디션 심사위원들. 그러나 퍼포먼스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창성을 지키려고 노력한 당신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한 번도 보지 못한 춤이었다. 대단하다!”

13명의 댄서가 완전체가 되어 추는 그들의 춤은 0.1mm의 오차범위도 허용하지 않는 공학적인 ‘칼군무'. 그들의 몸은 뜨거운 철과 차가운 물을 비벼서 만들어낸 것 같은 완전히 새로운 물성으로 요동쳤다. 그야말로 디지털 휴머니즘의 현현.

이 댄스크루의 이름은 저스트절크. 그들은 2017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 준준결승까지 올라갔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 한복 의상, 곤룡포를 상징하는 붉은색 의상을 입고 선보이는 무대에 전 세계 댄스 팬들이 환호했다. 2016년 저서트절크는 이미 댄스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바디락’에서 대상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저스트절크의 댄스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흥과 한을 버무린 한국적인 움직임과 현대적인 스트릿 댄스를 결합한 게 특징. 비주얼적으로는 시시각각 고생대 삼엽충 화석에서 우주 에이리언으로, 남사당패, 신라화랑, 무협 영화 속 닌자처럼 몸을 바꿔 출몰해서 혼을 쏙 빼놓는다.

신라 화랑에서 모티브를 딴 의상. 두건에 태극 문양을 등에는 곤룡포 무늬를 넣었다.

그들의 유튜브 춤 동영상이 1,200만 회가 넘게 조회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년부터 인터넷상에서 “저스트절크를 평창에서 보고 싶다!”는 성원이 빗발쳤다. 마침내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공연에 이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성화가 점화되었을 때, 저스트절크의 ‘도깨비' 춤이 세상에 화염처럼 뿜어져 나왔다.

대체 이 댄스 괴물들은 어디서 왔나?

저스트절크를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캐나다로 날아가 K팝 페스티벌 공연을 소화한 직후였다. 돌아오자마자 홍대에 그들만의 새로운 댄스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검은 옷에 뉴스보이캡을 쓴 수수한 젊은이들이 피자를 나눠 먹다 부산스럽게 손님맞이를 했다. 말수 없고 예의 바른 20대 청년들이었다. 스튜디오 문을 열어 보이며 리더인 성영재가 집 장만한 가장처럼 웃으며 말했다. “저희 공간이에요. 이젠 여기서 온종일 춤출 수 있어요.”

인터뷰 자리에는 창단멤버이자 단장, 부단장인 성영재, 최준호가 나란히 앉았다.

-그럼 이제까지는 어디서 연습했나요?

“한강 둔치에서도 하고, 다른 댄스 학원의 연습실을 빌려서도 했어요. 한밤중에야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자정에 모여 동이 틀 때까지 춤을 췄어요.”

한강 둔치에서 연습할 땐 거울이 없어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주었다고, 소리 없이 웃었다.

-0.1mm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칼군무가 쉽게 나온 게 아니군요. 저스트절크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죠?

“Jerk가 빠르게 움직이다, 휙 낚아채다 라는 뜻도 있고 멍청이라는 뜻도 있어요. 저흰 춤밖에 모르는 춤 바보예요(웃음). 처음엔 이디엇(Idiot)이나 스튜피드(Stupid)라고 하려다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운율을 맞춰 ‘JUST JERK”라고 지었어요.”

중학교 동창으로 2008년 저스트절크를 함께 창단한 최준호와 성영재(27세).

이름에 관한 일화 하나. 2016년 처음 미국 무대에서 팀명이 소개됐을 때 관객들은 다들 웃음 섞인 야유를 보냈다. 알고 보니 절크가 미국 뒷골목에선 굉장히 성적인 은어로도 통용되더라고. 퍼포먼스가 끝나자 상황은 반전됐다. 웃음은 사라지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엄청나게 기억에 남을 역설적 이름이 됐어요. 그래서 더 짜릿했죠.”

평균 연령 23세의 13명 멤버로 구성된 어반댄스그룹 저스트절크는 2010년에 창단했다. 춤의 스타트는 성영재가 끊었다. 복싱을 했던 성영재는 우울증을 앓다 고교 1학년 때 춤의 세계에 눈떴다. 우연히 팝의 황제인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를 찾아본 게 계기가 됐다. ‘빌리진'의 문워크… 스트릿댄스를 현대적인 안무로 구현한 신세계가 거기 있었다.

성영재는 종종 동네에서 같이 축구 하던 중학교 동창 최준호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했고, 최준호는 권투 하던 성영재에게 “맞을까 무서워” 마지못해 따라갔다. 20살이 되자, 그들은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며 언더그라운드 ‘꾼'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팝핀, 하우스, 비보이, 롹킹 등 스트릿댄스의 모든 장르를 망라한 얼반댄스의 최강자가 되었다. 2014년 국내의 내로라하는 춤꾼들이 참여해서 겨루는 ‘피드백 컴피티션'에서 우승한 후 그들은 멤버 5명을 꾸려 미국으로 건너갔다.

목표는 댄스 올림픽이라 불리는 바디락이었다. 2014년 첫 도전에선 실패했지만, 2015년 두 번째 도전에서는 그 독창성을 인정을 받았다. 수상은 못 했지만 관객들은 “상은 너희가 받았어야 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스트릿 댄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당시에 LA다운타운에서 멤버들과 머물렀는데, 밤에 잘 때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어요. 드라마 ‘추노' OST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꿈에 저희가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스트릿 댄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힙합 노래와 영어 가사로 겨뤄서는 그들의 틀을 못 따라가요. 한국적인 옷을 입고 한국적인 춤사위와 현대적인 퍼포먼스를 섞으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어요.”

과연 ‘추노'와 ‘왕의 남자'의 서정적인 가락을 배경으로 한국 춤과 얼반댄스를 뒤섞은 독창적인 동작은 관객을 설득했다. 인기로 보면 대상이었다. 대상을 한 미국팀보다 저스트절크의 동영상 조회 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듬해, 세 번 째 도전에서 드디어 대상을 받았다.

2017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시즌12’에 출연했던 저스트절크. 미국에서도 각자 일하며 춤추며, 밤 12시에 모여 동이 틀 때까지 연습을 했다.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을 표했다.

춤을 출 때 그들의 호흡과 박자는 인체 공학적으로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전환이 빠르다. 연체동물인가 하면 터미네이터가 되고, 줄 타는 광대인가 하면 줄에 걸린 마리오네트 인형이다. 예컨대 황병기의 ‘침향무'가 시작되면, 가슴과 어깨는 허공으로 튕겨 오르는 가야금 줄처럼 높은 곡선으로 흔들리는데, 순식간에 현대 음악으로 음표가 꺾이고 무릎과 발은 이미 달려오는 말발굽처럼 EDM 비트의 속도를 추월해 버린다.

그 연습량이 대체 얼마일까, 탄식이 일었다. 근육과 장기까지 컨트롤할 정도가 되려면 하루 20시간 이상 놀듯 일하듯 연습에 매달린다고 했다. 1년, 2년… 8년을 그렇게 보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완벽은 진짜 완벽한 거예요.”라고 그들은 몸을 낮췄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은 그들에게 큰 자부심을 선물했다. “춤의 국가대표로 섰다는 게 정말 영광스러워웠어요.” 청년들의 부모님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기뻐했다고. 엄연히 무대에서 공연하는 직업인데, 그동안 “그림자냐? 백댄서냐?”는 말에 상처도 숱하게 입었다. 세계 대회 나갈 비행깃값이 필요해 샤이니 ‘태민'의 안무를 디렉팅한 적도 있다. “그럴 때도 저희는 역할이 다른 아티스트로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생활은 어떻게 합니까?

“멤버들 각자 일을 하고 있어요. 대학 실용무용학과에 객원교수로 뛰고 춤 강습도 하고요. 저도(성영재), 준호도 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저희는 헝그리 정신이 강해요. 대학 학자금 대출, 부모님 용돈, 월세... 다 부담하면서도 악착같이 미국 갈 티켓값을 모았는걸요. 그런 의미에서 이 스튜디오가 정말 특별해요. 통장을 만들어서 ‘저스트절크' 팀으로 뛴 출연료를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어요.”

-그렇게 쉬지 않고 춤을 추면 몸이 상하지 않나요?

“상하죠. 관절뿐 아니라 발목 인대도 나가고 혈압도 안 좋고 면역 체계도 흐트러졌어요. 준호는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까지 있어요. 그런데 음악이 나오면 증세가 싹 사라져요. 어떤 멤버는 공연 후에 몸의 반쪽이 마비가 와서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어요. 다행히 괜찮아졌지만, 크고 작은 부상은 일상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춤꾼으로 한국의 멋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저스트절크. 어마어마한 연습량으로 신체를 콘트롤한다.

발레 무용수들은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부상을 피하는 다양한 각도로 동작을 취하지만, 그들의 퍼포먼스는 음악의 변주, 속도의 커브, 호흡의 낙차가 심해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 전력 질주와 급브레이크, 텀블링을 섞어 5분간을 달리는 셈. 손가락 발가락이 꺾이고, 허리도 수시로 삐끗한다. 유연성을 위해 뼈를 삭히는 식초를 먹고 춤춘다는 소문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누구보다 “잘 먹고 잘 쉬어야” 오래 춤출 수 있다.

-2017 아메리카 갓 탤런트 준준결승전에서 탈락했을 땐 많이 아쉬웠나요?

“아쉽죠. 그런데 아메리카 갓 탤런트는 미국 프로그램이라, 준준결승부터 국민 투표를 해요. LA는 LA 출신들을 뽑는 식이에요. 아시아인이 계속 올라갈 수 없어요. 사연도 중요해서 저희와 겨뤘던 분은 ‘시각장애인'이었어요. 저스트절크의 춤이 문화적으로 인정받았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어요. 이제 저희는 더 깊게 글로벌로 가야죠.”

-여전히 마이클 잭슨이 여전히 우상인가요?

“네. 저기 있는 트로피가 마이클 잭슨 퍼포먼스로 우승한 거예요. 그는 남들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춤을 췄어요. 한참 앞서간 예술가였죠.”

-마이클 잭슨 음악이 아닌 황병기 선생의 ‘침향무’를 선곡한 걸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가야금 줄이 육체가 있다면 저렇게 공기에 닿겠구나, 싶었어요.

“사실 황병기 선생께 ‘침향무'를 쓰겠다고 전화했을 때는 좀 무서웠어요. 워낙 성품이 엄하셔서 ‘맘대로 하라'는 식이셨죠(웃음). 그분 방식의 허락이셨어요. 저희 춤을 못 보여드렸는데 조만간 동료들과 빈소라도 찾아뵈려고요.”

앞으로 ‘난타' 같은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단독 공연에 대한 꿈이겠지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한강이나 롯데월드타워에 가듯이 ‘난타' 공연장을 찾는다고 들었어요. 저희도 좀 더 스토리텔링을 갖춘 단독 공연 형태의 쇼를 만들어서 외국인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한국적인 이라는 건 한편으로는 ‘한’이고, 한편으론 ‘흥’이거든요. 저희 퍼포먼스로 한국의 역사를 한과 흥의 스토리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러려면 조명, 그래픽, 스토리 등을 다룰 줄 아는 실력 있는 연출가분의 도움이 절실해요.”

실력 면에서는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현대무용단 아크람 칸이나 네덜란드댄스씨어터 못지않다고 추켜세웠더니,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동안 ‘저스트절크 파티’라고 매년 2천석 규모의 큰 무대를 만들어왔거든요. 행사 크라우드 펀딩을 하면 200% 초과 달성을 해요. 티켓 파워가 대단한 거죠. 어반댄스가 언더그라운드 세계인 줄 아시지만, 그렇지도 않아요(웃음). 우리나라 댄서들 실력은 정말 세계 최고예요. 스포츠처럼 공식 올림픽이 열리면 한국의 춤꾼들이 금메달을 20개는 딸 거예요.”

무대에서 환호를 받으면 최고로 기쁘다는 그들. 서로 사랑해야 ‘칼군무'가 나온다고.

-추구하는 최고의 춤은 어떤 형태죠?

“단원 중에는 여자도 3명 있고, 우린 키도 몸의 생김도 다 달라요. 하지만 터프한 칼군무를 출 땐 완전히 같은 신체 밸런스를 추구해요. 춤은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크루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가족이죠. 내 몸의 일부이고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다 알아요. 우린 서로 많이 사랑해야 해요. 성격에 따라 춤도 다 달라요. 에너지를 머금고 추는 사람, 쏟아버리고 추는 사람, 끈적한 움직임, 힘 있는 움직임… 그렇게 달라도 사랑한 만큼 이해가 되고, 거짓말처럼 호흡이 맞아요.”

젊은 단원들은 새로 생긴 연습실이 믿기지 않는지 거울 앞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몸을 풀었다. 모든 일출과 일몰 앞에서 외로웠고, 홀로 뼈마디가 쑤셨던, 길었던 야전 생활은 이제 끝이다. 태권도에서 취권까지, 팬토마임에서 AI까지, 살아 있는 육체는 이러하구나! 살아서 절정으로 작동되는 머리와 등, 팔과 다리의 개별적인 기하학은 저러하구나. 육지가 아닌 해저에서 솟구쳐 오른 듯한 한국 젊은이들의 도약이 아름답다. 저기, 우리의 힘센 ‘도깨비’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