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신해철 사망 사고 낸 의사, 환자 2명 또… 의사 면허 왜 유지하나

조선일보
  • 이정구 기자
    입력 2018.03.10 03:02

    - 의사 면허는 종신 면허?
    현행 의료법 규정은 죄의 종류에 따라 적용…살인·강간 등 면허와 무관
    의사 면허 취소돼도 신청하면 100% 재발급

    '故 신해철 집도의'로 의료 사고 논란 중심에 섰던 외과의사 강세훈(48)씨. 지난 1월 30일 열린 2심 재판에서 2014년 신해철씨 위장 수술을 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강씨는 구속 전까지 전남 해남군의 한 종합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의사 생활을 계속했다. 그리고 환자의 죽음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던 환자 A씨는 강씨에게 복막염 진단을 받고 열흘 동안 세 차례 개복 수술을 받았다. 1차 수술 이후 봉합이 잘 됐는지 확인한다며 강씨가 재수술과 3차 수술을 연이어 했다고 한다. A씨는 강씨가 구속된 직후인 지난달 초 "상태가 좋지 않으니 빨리 대형 병원을 찾아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광주광역시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만에 사망했다. 당시 A씨는 봉합했다는 부위가 터져 분비물이 장내에 가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환자는 또 있다. 강씨는 신해철씨가 사망한 뒤에도 진료를 계속해왔다. 처음에는 같은 자리에서 병원 이름만 바꿔 그대로 병원을 운영했고, 이 사실이 알려져 폐업한 뒤에는 서울 송파구에 외국인 환자를 주로 받는 '서울강외과의원'을 새로 개원했다. 2015년 11월 이 병원에서 강씨로부터 '위소매절제술(위축소술)'을 받은 호주인 B(당시 51세)씨가 사망했다. 이후 병원 문을 닫고는 또 '페이닥터(월급제 의사)'로 일했다.

    강씨는 이미 2016년 신해철씨 사망과 관련된 1심 재판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 사망도 의료 과실이 인정돼 지난달 12일 금고 1년6개월 유죄판결을 받았다. 진료 중 사망 사고로 수차례 기소되고 업무상 과실치사로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강씨는 어떻게 계속 진료를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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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이철원
    살인, 강간해도 의료법 규정 아니면 의사 면허와 무관

    의사 면허 취소는 의료법 제65조(면허 취소와 재교부)에 따른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은 모두 이 규정에 따라 면허 취소가 결정된다. ▲허위 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진료비 부정 청구 ▲면허증 대여 ▲부당한 경제적 이익(리베이트) 취득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금치산자, 정신질환자,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도 취소 대상이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면허 취소된 의사는 117명. 그러나 업무상 과실치사는 면허 취소 대상이 아니다.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강씨의 의사 면허에 지장이 없었던 이유다.

    다른 전문직인 변호사 면허 취소 규정은 어떨까. 변호사법 제5조(결격사유)와 제18조(등록취소)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의료법과 달리 죄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포괄적으로 적용한다. 회계사, 교사 등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

    의료법도 예전에는 다른 직종과 같은 기준으로 면허를 취소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음주운전 등 의료 행위와 상관없는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의사 면허 취소로 이어지는 건 이중 처벌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반발이 나오며 2000년에 법이 개정됐다. 신현호 의료 전문 변호사는 "2000년 의약 분업으로 의사 단체 목소리가 커졌던 시기 개정된 법안"이라면서 "현재 의사 면허는 사실상 '종신 면허'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영국 등은 의사가 정상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지 2~3년마다 관련 기록을 제출하도록 하고 면허를 재평가하는 '갱신제'를 택하고 있다. 일본 의사법은 벌금 이상 처벌을 받는 경우 면허 취소·정지 처분을 내리고, 취소 사유 중 하나로 '의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두어 윤리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면허 취소 후 재신청하면 100% 재발급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 취소 처분을 받더라도 면허를 다시 받는 건 어렵지 않다. 2012년 내연녀에게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등 마취제를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산부인과 의사 김모(51)씨. 의료법이 정한 면허 취소 사유 중 하나인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징역을 살았지만 다시 의사로 복귀했다.

    의료법 제65조는 면허가 취소돼도 1~3년이 지나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허 등록 규정을 위반해 취소된 경우 1년 후, 자격정지 중 의료 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취소된 경우 2년 후,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 규정을 위반하거나 허위 진료비 청구,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취소됐더라도 3년만 지나면 면허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17건, 아직 검토 중인 1건을 제외하고 16건은 모두 승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 동안도 총 94건의 재교부 신청이 모두 승인됐다. 신 변호사는 "의사 면허 재교부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재교부를 할 수 있다'는 선택 규정인데 현재 담당 부처는 신청이 들어오면 기계적으로 모두 승인을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면허 자격 관리에 대해서는 협회 내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외부 전문가가 절반 이상 포함된 의료윤리위원회와 지역 의사회에서 시범 사업으로 진행 중인 '동료 의사 평가'를 통해 자율 징계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법으로 징계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의료 서비스 소비자인 환자들이 의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의사를 불신하게 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미국에서는 환자가 의사의 최근 10년 이내 범죄 경력, 의료 사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환자와 의사 사이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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