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vs ‘노망난 늙은이’ 설전부터 만남 수락까지

입력 2018.03.09 14:25 | 수정 2018.03.09 19:3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만남을 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안에 만나겠다고 응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미·북 정상 간 첫 만남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지 기대와 의구심이 함께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두 달 전만 해도 ‘핵 단추’ 경쟁을 했다. 서로 위협하고 모욕을 일삼던 두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화에 합의하기까지 지난 2년간의 주요 발언과 상황을 정리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조선DB
2016년 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아이오와주에서 선거 유세 중 “김정은은 미치광이(maniac)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1월 6일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4차 핵실험을 한 직후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정말로 핵을 갖고 있고 북한 핵무기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2017년 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3주쯤 됐을 무렵인 2월 12일(한국 시각)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아베 총리의 말을 “100% 지지한다”고 했다.

2017년 4월 29일
북한은 4월 초까지 3개월에 걸쳐 9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madman, 김정은 지칭)가 저렇게 활보하게 둘 수는 없다”고 했다.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김정은을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madman)’라고 부른 사실이 폭로됐다.

2017년 6월 19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송환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미국으로 돌아온 지 6일 만에 사망했다. 북한에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 “김정은과 만나면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북한과 웜비어 석방 협상을 하던 중 나온 유화성 발언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 기자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며 “제재를 강화해 북한이 좀 더 나은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정상 상태를 넘어 위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은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염과 분노’ 발언이 공개된 지 몇 시간 후 북한은 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7년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큰 힘과 인내를 갖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김정은은 22일 북한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을 처음으로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성명에서 “트럼프가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겁먹은 개(트럼프 지칭)가 더 크게 짖는다. 트럼프는 불장난을 좋아하는 불한당이자 깡패다. 나는 노망난 이 미국 늙은이(dotard)를 분명히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개 짖는 소리’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그(리용호)가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 김정은 지칭)’의 생각을 따라 하면, 이들은 그리 오래 존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왼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9월 21일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가진 한·미·일 정상 업무 오찬에 참석해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오른쪽)북한 노동신문은 2017년 9월 22일자 1면에 이 사진과 함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본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2017년 10월 1일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월 30일 “북한과 2~3개 직접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중국 방문에 앞서 중국과 대북 정책 등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나는 훌륭한 국무장관인 틸러슨에게 그가 꼬마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틸러슨 장관을 향해 에너지를 아끼라고 하며 체면을 깎아내렸다.

2017년 11월 12일
김정은의 ‘노망난 늙은이’란 표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2일 “나는 김정은을 키 작고 뚱뚱하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는데 왜 그는 나를 늙었다고 모욕하는 걸까. 난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7년 11월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블룸버그
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29일 새벽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긴급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상황을 처리하겠다고 했고 “김정은은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고 말했다.

2018년 1월 1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훨씬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도 하는 핵 단추를 갖고 있다”고 받아쳤다.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쓸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경솔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2018년 1월 6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 가능성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 (내가) 김정은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10일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며 미·북 대화에 개방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의)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11일에는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대북 강경 입장에서 다소 돌아선 듯한 인상을 줬다.

2018년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신년 의회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는 우리 본토를 빠른 시일 안에 위협할 수 있다”며 최대압박 전략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우리의 동맹에 가하는 핵 위협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탈북자 지성호씨와 오토 웜비어의 부모를 소개했다. 2월 2일엔 백악관에 지성호씨를 포함한 탈북자 8명을 초청해 북한 정권의 타락성을 부각했다.


2018년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마이크 펜스(앞줄 오른쪽에 두 번째)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앞줄 맨 오른쪽) 일본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뒷줄 맨 왼쪽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그 옆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조선DB
2018년 2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평창 동계올림픽의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한국에 보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후로 대북 강경 자세를 유지했다.

9일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비밀 만남이 추진됐으나, 북한의 막판 취소로 무산된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펜스 부통령은 이후 김여정을 ‘악의 가족 패거리’라고 부르며 대북 비난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미국 정부의 인권 탄압 비판과 관련, 12일(미국 시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성명을 통해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전력 강화를 겁내고 혼란스러워한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2018년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다. 특사단 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귀국 후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 합의와 북한의 미·북 대화 용의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거짓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단호히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한은 7일 노동신문을 통해 “조선의 핵보유는 정당하며 시빗거리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미국 시각) 오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방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년 3월 9일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시각으로 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이 가능한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전달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만남 초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소와 시간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게 (핵·미사일) 동결을 넘어 비핵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미사일 실험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나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제재가 유지될 것이다. (김정은과) 만남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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